창업자의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의 실적이 좋을까,아니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회사의 실적이 더 좋을까.

적어도 일본에서는 창업가 가족이 경영하는 기업의 실적이 매우 좋다는 분석이 나왔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발간한 특집기사 '불사신의 혈족 경영(family business)'을 통해 가업(家業)형 기업이 전문 경영인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고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주가 관리 등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브랜드력을 지키고 종업원을 중시하는 혈족 경영에서 배울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전통적으로 가업형 기업이 활약 중이지만 미국 유럽에서도 탁월한 실적을 내는 오너 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가업형 회사의 실적이 좋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패밀리 비즈니스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유럽 등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일본에서의 조사 결과만을 놓고 '창업가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이 훨씬 좋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각국의 역사가 다르고 기업문화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정 유형의 기업구조가 모든 나라에서 우월하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다른 유형의 기업구조가 더 잘 운용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미국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잘못이다.

기업의 소유구조와 운용방식을 통칭하는 '기업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경영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각국의 제도와 특성에 맞는 최적의 기업지배구조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가업형 기업이 더 좋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일본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업형 기업을 연구해온 고산쿄소세이대학의 고토 도시오 교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기업의 압도적 다수가 가업형 기업"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년 이상된 일본의 장수 기업은 2500여개로 세계 전체의 40%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대부분이 가업형 기업으로 분석됐다.

가업형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실적도 훨씬 좋았다.

이익 잉여금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잉여금 비율에서 상위 20사(도쿄증시 1부) 중 17개가 가업형이었다.

소형 모터에서 세계시장의 45% 점유율을 가진 마부티모터가 1위였다.

이 회사는 이익 잉여금이 2280억엔으로 총자산보다 많았다.

닌텐도 교린제약 등도 잉여금이 총자산의 90%를 넘었다.

투하자본 수익률(ROIC,2004년 기준)에서도 상위 20위사 중 18개가 가업형이었다.

최근 10년간 시가총액 증가율에도 1위부터 3위까지를 가업형 회사들이 휩쓸었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가업형 경영의 장점으로 △기업 본거지에 풍부한 인맥 △장기 관점에서 경영 △강한 위기 대처능력 △브랜드 및 평판 중시 △알뜰한 지출 등을 꼽았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