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40. 퍼센트의 비교

퍼센트는 기준량을 100으로 보았을 때 비교하는 양의 상대적 크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2개 혹은 그 이상 숫자의 상대적 크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먼저 기준이 되는 숫자를 100으로 만들고 다른 숫자를 100에 대한 비율의 숫자로 바꾸면 상대적 크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회사가 한 해 지출하는 비용이 3억2134만5000원인데 그 중에서 광고비가 3512만3000원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전체 비용을 100으로 할 때 광고비가 11%라고 표현하는 것이 전체 비용에 대한 광고비의 상대적인 크기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퍼센트를 원래 두 숫자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하는 데 초점을 둔 정보로 인식하지 않고 원래의 숫자를 대신하는 것으로 인식해 혼동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퍼센트끼리 함부로 비교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A회사의 전체 비용 중에서 광고비 비중이 11%이고 B회사의 광고비 비중이 22%라고 할 때,두 회사의 광고비 비중을 직접 비교해 B회사의 광고비가 A회사의 광고비보다 2배나 많다고 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게 말할 수 없다. 퍼센트끼리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경우는 유일하게 두 퍼센트가 계산된 기준이 같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야구의 예를 들어 보자. 야구에서는 퍼센트의 다른 표현인 할·푼·리를 사용하는데 타율이 3할3푼인 김야구 선수와 2할9푼인 나안타 선수가 있다면 누가 더 훌륭한 선수일까? 3할3푼이 2할9푼보다 높으니까 김야구 선수가 더 훌륭한 선수라고 하는 사람은 야구 팬이 아닐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야구 팬이라면 타율 계산시 분모가 되는,즉 기준이 되는 타석의 수를 물어볼 것이 틀림없다. 아래의 극단적인 예는 기준에 차이가 많은 경우 단순히 타율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름 타석수 안타수 타율


김야구 10 3 3할3푼


나안타 340 100 2할9푼



퍼센트를 비교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퍼센트의 크기만으로 따져서 비교하면 안 되고 퍼센트를 계산한 기준의 크기가 비슷한가를 알아보아야 한다. 기준의 크기가 다르면 퍼센트를 비교할 때 주의해야 한다.


어느 회사의 사장이 "우리 회사의 올해 봉급을 사원은 10% 올리고 사장도 동일하게 10% 올리기로 했다"라고 말할 때 이 말은 동일한 봉급 인상이라는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주기 위한 의도다. 하지만 실제로 기준의 크기가 다르다면 봉급인상 액수는 차이가 많다.


사원의 월급이 100만원이면 10% 인상은 10만원이지만 사장의 월급이 1000만원이면 10%는 100만원이 되므로 인상액에서 무려 90만원의 차이가 있다.


A월간지는 상류층 독자의 수가 B월간지보다 33% 많다고 광고한다.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이 A월간지를 더 많이 읽는다는 인상을 주는 말이다.


어떻게 해서 33%라는 숫자가 나왔느냐 하면 A월간지의 독자 중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은 40%이고 B월간지의 상류층 독자는 30%이므로 그 차이는 (40-30)/30=0.33,즉 33%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것 같지만 기준이 다른 경우에는 이렇게 퍼센트의 퍼센트를 계산해서 비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A월간지의 독자가 1만명이라면 40%의 상류층 독자수는 4000명에 불과하지만 B월간지의 독자가 20만명이라면 그 30%는 6만명이므로 훨씬 많은 상류층 사람들이 B월간지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퍼센트의 단순 크기만을 비교하는 경우,특히 기준을 제시하지 않거나 감추는 경우에는 엉터리 결론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퍼센트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때 기준의 숫자가 같지 않다면 마치 자장면과 승용차를 비교하는 것처럼 무의미하다.


기준이 같지는 않지만 특별한 목적으로 꼭 퍼센트를 비교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준의 크기가 크게 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야구에서는 타율을 비교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타율의 기준(타석)이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고 타격 순위를 매기는 것과 같이 선수 간의 성적을 비교하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야구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선수 간 성적 비교를 하고 있다. 그 기준이 타자의 경우에는 규정 타석이고 투수의 경우에는 규정 이닝이다.


타율은 한 타자의 안타수를 타수[타석-(4사구+희생 번트+희생 플라이+타격 방해+주루 방해)]로 나눈 것인데 여기서 타격 순위를 매길 때 최소한 갖추어야 하는 것이 규정 타석이다.


규정 타석이란 대회 또는 리그에서 타자가 한 경기에 몇 번 이상 타석에 나와야 한다는 것을 수치로 정해 놓은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프로 야구에서는 한 시즌의 규정 타석수를 게임수의 3.1배로 정했다. 따라서 한 시즌의 규정 타석수를 계산하려면 팀의 경기 수에 3.1을 곱하면 된다. 이는 몇 경기에 나서지 않고 높은 타율을 유지한다든지,높은 타율을 유지하고자 출장하지 않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선수가 경기에서 교체되지 않고 뛰었다면 최소한 4타석 정도의 기회는 갖는다. 따라서 최소 규정타석이 3.1이라는 것은 타석수(기준)의 차이가 22.5%((4-3.1)/4) 이내라면 타자 간의 타율 비교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참고로 규정 이닝은 투수의 방어율[(자책점×9)÷투구 횟수] 순위를 매길 때 필요한 것으로서 자기 소속팀이 한 시즌에 치른 경기 수와 같은 수 이상의 이닝을 던지도록 정해져 있다. 규정 타석 및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한 타자와 투수는 각종 순위에서 빠진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