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때때로 시험대에 오른다.

그리스 민주주의가 후기에 들면서 중우정치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세치 혀로 대중을 선동하는 웅변가들이 국정을 농단하면서 그리스는 오늘날 포퓰리즘이라고 부를 만한 민주주의의 타락상을 경험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상황을 중우정치(衆愚政治)라고 불렀다.

남미와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정치 불안도 민주주의가 도전받고 흔들리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국민 대중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정치체제가 불안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대중의 길거리 시위에 의해 정권이 만들어지고 무너지기를 반복한다면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우정치라고 불렀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악순환이 되고 만다.

정치적 격변은 분명 이유가 있고 그에 합당한 설명이 따라야겠지만 충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인기투표식,혹은 대중여론에 일방적으로 이끌리는 정치는 그만큼 위험성도 높고 쿠데타와 폭력충돌 등 더욱 악화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양상은 허다하지만 원인은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되지 못한 것이 단연 가장 강력한 이유다.

경제적 후진국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선례가 없다.

그것은 중산층이라는 중심세력이 없어 정치적 의사결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농업 중심의 봉건적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남미 역시 광범위한 빈곤층이 정치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산층이 없다는 말은 민주주의를 지탱할 만한 층이 없다는 말이다.

자산에서나 교육과 지식 면에서나 일정 수준에 도달한 계층이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때만 민주주의도 가능하다.

경제의 성장과 발전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