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지금도 소수 가문들이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필리핀의 민주주의는 마르코스 아키노 아로요 등 3대 가문의 끝없는 싸움일 뿐이어서 정당은 존재 의미가 없고 국민은 구경꾼으로 전락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보도했다.

필리핀에서 의회가 처음 만들어질 때 '토지'를 가진 식자층 집안에만 투표권이 주어졌는데,이런 특권 가문들이 이후에도 계속 자금을 동원해 위세를 높여 갔다.

이 때문에 필리핀에서는 공직이 사실상 일부 가문의 세습 재산으로 굳어져 있다.

필리핀은 현재 전체 국회의원 중 3분의 2 이상이 유력 가문 출신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딸이자 3선 국회의원으로 가문 정치의 대표적 수혜자인 이미 마르코스는 "필리핀의 정치 체제는 친족과 혈연 관계의 결속에 따라 작동된다"고 말했다.

제도상으로만 민주주의가 도입돼 있을 뿐 실제로는 사회계층 간 이동이 거의 없는 봉건 국가라는 얘기다.

정치판을 장악한 유력 가문들은 정당에 상관 없이 인기 있는 지도자에게 붙었다가 조금이라도 인기가 떨어지면 쉽게 배반하고 돌아선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도자를 선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