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39.퍼센트 기준 골라잡기

어떤 숫자를 작게 보이게 하고 싶으면 큰 수를 기준으로 퍼센트를 구하면 되고,반대로 그 숫자가 크다는 인상을 주려면 작은 수를 기준으로 하여 퍼센트를 계산하면 된다.


가상적인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년간 평균적으로 매년 약 10,000여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다.자동차운행을 엄격히 법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 숫자를 크게 보이게 하려면 적은 기준을 골라 퍼센트로 표시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만여명이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다. 이 숫자는 작은 도시 전체인구의 약 50%에 해당하는 것으로 따라서 자동차 운행을 엄격히 법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 자동차 운행의 법적 통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큰 수를 기준으로 잡아 퍼센트를 낮출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만여명이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다.이는 전체 국민의 약 0.002%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동차 운행을 엄격히 법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자동차의 효용을 생각할 때 성급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회사의 이익도 그 기준을 달리하면 크기가 다른 퍼센트로 만들 수 있다.


매출액에 대한 이익,투자액에 대한 이익 등 여러 가지 중에서 의도에 맞는 것을 골라 쓰면 된다.


이익을 낮춰 보이게 하려는 사장으로서는 큰 수를 기준으로 한 퍼센트를 제시하려 하고,월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조합 측에서는 작은 수를 기준으로 해서 이익의 퍼센트를 높이려고 할 것이다.


기준을 유리하게 바꾸어 상반되는 인상을 강요하는 경우에는 퍼센트 크기 자체에 너무 비중을 두지 말고 상반된 주장 자체의 논리성이나 합리성에 근거를 해서 판단을 해야 한다.


퍼센트는 원래의 두 숫자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하는 데 초점을 둔 정보로 인식되어야지 원래의 숫자를 대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둘을 비교하는 경우 둘 사이의 차이는 일정하더라도 둘 중의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기준은 '무엇보다'에서 무엇을 말함) 퍼센트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의 몸무게가 50kg이고 키가 같은 남동생의 몸무게는 80kg이라고 하면 그 차이는 30kg이지만 누구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퍼센트는 달라진다.



나를 기준:내 동생은 나보다 60%가 무겁다.


동생 기준:나는 내 동생보다 38%가 가볍다.



두 표현은 모두 적절한 것이며 어느 것을 사용해도 된다.


아마 비만을 강조하기 싫은 동생은 둘째 표현의 퍼센트를 이용해 '형은 나보다 38% 가볍다'고 말하는 편이 당연히 유리할 것이다.


예측이 아주 정확하다고 눈가림하는 속임수의 예를 들어보자.현재 1000만원의 매출을 하는 회사가 내년에는 1100만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105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경우 예측의 정확도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정직하게 계산한다면 100만원의 증가를 예측했는 데 50만원만 증가했으므로 예측의 정확도는 50%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예측의 정확도를 크게 보이게 하려면 1100만원을 예측했는 데 1050만원을 달성했으므로 정확도는 1050/1100 = 0.95,즉 95%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우기고 싶을 것이다.


스탈린이 이용한 것이 바로 이런 속임수였다.


스탈린은 제1차 5개년계획(1928~1932년)이 끝난 후에 그 계획이 93.7%의 목표 도달을 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그래서 공산주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전을 했다.


그러나 유진 라이온스(Eugene Lyons)가 그의 저서 '잃어버린 노동자의 천국(Workers' Paradise Lost)'에서 지적하였듯이 93.7%의 목표달성률은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았다.


철강생산의 경우 420만t에서 5년 후에는 1030만t 생산을 목표했는 데(610만t의 증가예측) 실제로는 590만t의 생산에 그쳤다.


따라서 목표달성률은 실제 증가한 양(590-420=170)을 목표증가량(610)으로 나눈 28%가 정직한 수치인 데 스탈린은 1030 목표에 590을 달성했으므로 목표달성률은 590/1030,즉 57%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철강생산이 하나도 증가하지 않았어도(420) 목표달성률은 420/1030,즉 약 40%가 될 것이다.


이러한 숫자놀음으로 경제성장을 부풀려야 했었던 사실은 공산주의 하에서의 경제체제 붕괴는 시간문제였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퍼센트는 숫자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하는 데 유용한 것이지만 퍼센트 자체는 마음대로 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종 퍼센트를 더해서 엉뚱한 결론을 내는 경우가 있는 데 수문맹들에게는 이런 엉터리 논리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다음의 예를 읽고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면 퍼센트를 합쳐도 괜찮을 것같은 착각에 빠진 것이다.



이번 토요일에 비가 올 확률은 50%이고 일요일에 비가 올 확률도 50%이므로 이번 주말에 비가 올 확률은 100%다.


이 상품은 80% 할인 중입니다.


지난주에 40% 세일 했는 데 이번 주에 다시 40%를 더 할인했습니다.


이번 회식비용은 30% 할인된 것입니다.


식사값이 15% 할인되었고 술값도 15% 할인되었기 때문입니다.


40%에 40%를 더하면 80%가 되지 않는 이유는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100원짜리를 40% 할인하면 60원이 되고 다시 60원에서 40%를 할인하면 36원이 되므로 총 할인율은 100원짜리가 36원이 되었으므로 64%가 되는 것이다.


식사값이 15% 할인되고 술값이 15% 할인됐다고 전체 회식비가 30% 할인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15%가 할인된 것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주부가 시장에서 5가지의 채소를 샀는 데 그 채소들이 작년에 비해 제각기 10%씩 올랐다면 그 합은 50%가 되지만 채소값은 작년에 비해 50% 오른 것이 아니라 10% 오른 것이다.


이렇게 퍼센트를 엉터리로 사용하는 것은 수문맹뿐 아니라 지식인들도 빠지기 쉬운 착각이다.


뉴욕 타임즈 북 리뷰(New York Times Book Review)지에 나온 다음의 기사가 그것을 입증해 준다.(Huff, Darrell(1954), How to Lie with Statistics, New York: W.W. Norton & Company Inc.113쪽에서 인용)



책값은 올라가는 데도 저저의 수입이 제자리를 하는 이유는 책의 제작비와 원료비의 상승 때문인 것 같다.


비용항목별로 보면 시설비와 생산비만도 지난 10년간에 10~12% 정도 상승했으며,원료비는 6~9%,판매 및 광고비용은 10%나 올랐다.


이 인상분들을 합하면 최하가 33%(어느 한 출판사의 경우)이고, 이보다 소규모의 출판사에서는 거의 40%나 된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