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실 승객은 비행기 날개 위에 마련된 테라스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는 지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비행기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목적지에는 매우 빨리 도착할 예정입니다."

미국 7위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비행기에선 이렇게 엉뚱한 안내방송이 자주 흘러나온다.

사우스웨스트의 창업자인 허버트 켈러(75)가 주도한 '펀(fun) 경영' 때문이다.

켈러는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 경영자로 통한다.

그는 "유머는 조직의 화합을 위한 촉매제다.

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재미 경영의 원칙은 회사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적용된다.

켈러는 재미 경영을 앞세워 사우스웨스트를 창업한 뒤 30년이 넘게 흑자를 유지하는 우량기업으로 키웠다.

사우스웨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제너럴일렉트릭(GE)과 페덱스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 유머가 넘치는 기업문화

법률회사를 운영하던 켈러는 롤린 킹과 함께 1971년 사우스웨스트를 세웠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초저가 비행기로 텍사스주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81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2001년 물러날 때까지 '펀(fun)경영'이 켈러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재미 경영을 중시하는 켈러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회사 로고 문제로 경쟁업체와 분쟁이 생기자 켈러는 경쟁사 CEO에게 느닷없이 팔씨름으로 사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엉뚱한 제안에 협상자리는 웃음바다가 됐고 켈러는 팔씨름에서 졌지만 공동 로고 사용권을 따냈다.

펀 경영은 직원을 왕으로 모시는 사우스웨스트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켈러는 "회사가 직원들을 왕처럼 모셔야 직원들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강조해왔다.

이 덕분에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출근한다.

덕분에 사우스웨스트는 '일과 재미'가 동시에 가능한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고객들도 펀 경영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사우스웨스트는 승무원의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기내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이는 파격을 통해 비용절감과 고객만족을 함께 이뤄냈다.

◆저가 항공 전략

펀 경영 이외에 사우스웨스트를 성공시킨 켈러의 경영비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가'와 '편리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혁신적인 항공사 경영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켈러가 고작 비행기 3대를 가지고 사우스웨스트를 창업해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텍사스주 3개 도시만 운행하겠다고 나서자 항공업계에선 '무모한 도전'이란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항공요금은 이용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사우스웨스트는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켈러는 수익성이 좋은 500마일 이내의 노선에만 초점을 맞췄다.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면밀히 관찰한 뒤 이들을 유인할 수 있을 만큼 요금을 내렸다.

보잉 737기 한가지 기종만을 보유해 조종사 훈련에서 정비에 이르는 각종 비용을 절감했다.

항공기가 착륙한 뒤 다시 이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비행기 1대당 수익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탑승권 자동 발매기를 통해 고객들의 탑승수속시간을 줄였고 복잡한 허브 공항 대신 한가한 지방 공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들이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개념의 초저가 항공사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성공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