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38.쉬워서 혼동하는 퍼센트

통계학자인 W.J.라이흐만은 "우리가 퍼센트(%)기호에 친숙하다는 사실이 퍼센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퍼센트는 초등학교 때 배운 쉽고 친숙한 개념이며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대하는 용어 중의 하나지만 우리가 자주 혼동하는 개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6학년 산수책에는 퍼센트에 대해 "비율에서 기준량을 100으로 보았을 때,비교하는 양을 나타낸 수를 백분율 또는 퍼센트라고 하고 기호 %로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50에 대한 20의 퍼센트는 다음과 같다.


20 40

---- ====> ----- (혹은 0.4) ====> 40 % .

50 100


'무엇에 대한' 퍼센트라고 표현할 때,그 '무엇'이 언제나 기준이 되며 이 기준은 퍼센트를 계산할 때 분모가 된다.


퍼센트는 이처럼 간단한 개념이지만 그 유용성은 매우 높다.


퍼센트는 2개 혹은 그 이상의 숫자의 상대적 크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먼저 기준이 되는 한 숫자를 100으로 만들고 다른 숫자를 100에 대한 비율의 숫자로 바꾸면 상대적 크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회사가 한 해 지출하는 비용이 3억2134만5000원인데 그 중에서 광고비가 3512만3000원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전체 비용을 100으로 할 때) 광고비가 11%라고 표현하는 것이 전체 비용에 대한 광고비의 상대적인 크기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숫자를 사용하는 속임수 중에서 퍼센트를 이용하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퍼센트가 쉽고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임을 생각할 때 매우 의아한 일이다.


왜 퍼센트에 많이 헷갈릴까? 아마도 퍼센트 기호(%)가 주는 수학적,과학적,논리적인 인상으로 퍼센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퍼센트는 이미 계산을 다 해서 주는 것이므로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을 은연중 강요하기 때문에 퍼센트로 인한 왜곡이나 속임수가 잘 통하게 된다.


퍼센트가 주는 과학적이라는 이미지에 주눅이 들어 퍼센트를 혼동하는 경우의 예를 들어 보자.어떤 상품의 가격이 100원에서 150원으로 올랐다고 할 때 인상률은 얼마일까? 인상률을 계산할 때는 원래 가격을 기준으로 퍼센트를 계산해야 한다.


왜냐하면 원래 가격보다 몇 퍼센트 올랐는가가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계산하면 인상률은 50%이다.


원래 가격 100 원 ---> 오른 가격 150 원




인상 금액 50

인상률 = ----------- = ------ = 0.5 = 50 %.

원래 가격 100




그러나 50%의 인상률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눈가림으로 인상률을 낮출 수 있을까? 퍼센트를 계산하는 기준(분모)을 살짝 바꾸면 된다.


원래 가격(100원) 대신 오른 가격(150원)으로 기준(분모)을 살짝 바꿔치기하면 인상률은 아래와 같이 33%로 낮아지게 된다.


인상 금액 50

인상률 = ----------- = ------ = 0.3 = 33 %.

오른 가격 150


그리고 나서 실제 50%의 인상을 33% 인상이라고 낮추어 발표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기준을 따져 가며 실제로 계산하기보다는 계산된 것을 받아들이게 되므로 인상률을 낮게 보이려는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실제의 예를 들어 보자(정헌석,즐거운 회계산책,김영사,1992,118쪽).1991년 9월1일부터 고속도로 통행료가 대폭 인상되었다.


서울에서 광주의 경우 6300원에서 8400원으로 올랐는데 인상률은 (인상 금액/원래 가격)2100/6300=0.33=33%였다.


그러나 뉴스에서 발표된 인상률은 25%였다.


기준을 바꿔치기해서,즉 인상 금액 2100원을 (원래 가격 6300원 대신) 오른 가격 8400원으로 나누어 계산한 것이 25%이다.


통행료 대폭 인상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인상률을 낮게 발표하는 속임수를 쓴 것이다.


이처럼 퍼센트를 계산할 때 기준을 잘못 사용했다고 누가 따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설령 따지더라도 계산의 실수라고 변명하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 67%의 대할인 판매를 써 붙인 옷가게가 있어서 싸다고 생각하여 들른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 할인율은 40%였는데 67% 할인이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원래 가격이 1만원인 상품을 6000원에 할인 판매하고 있었으므로 할인율은 4000/1만=0.4,즉 40%였다.


그러나 기준을 할인 후 가격으로 바꿔치기 하여 4000/6000=0.67,즉 67% 할인이라고 우겼던 것이다.


100% 할인이라고 하면 그냥 공짜로 물건을 준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00원짜리를 50% 할인하여 50원에 판매하지만 할인율은 할인 후 가격을 기준으로 사용하여 50/50=100%라고 우기는 것이다.


100% 할인이니 그냥 달라고 따지는 사람이 많게 되면 이렇게 엉터리로 퍼센트 계산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극심한 가뭄의 피해를 보도하는 뉴스에 등장한 농민이 올해의 딸기 수확량이 가뭄 때문에 작년에 비해 120%나 감소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피해를 과장하기 위한 것일 뿐 실제로 120%가 감소할 수는 없다.


오래 전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의 한 기사는 마오쩌둥이 중국 정부 관리의 임금을 300% 삭감했다고 발표했다(Newsweek,1967년 1월16일).냉전 체제하에서 적대 공산국가인 중국의 어려운 실정을 과장하고 싶었겠지만 300%의 임금 삭감은 너무 심한 과장이었다.


"원래 월급에서 100% 삭감 후에 삭감할 것이 더 남아 있겠느냐"라는 한 주의 깊은 독자의 항의에 편집자는 나중에 300%가 아니라 66.7%라고 정정해야 했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만약 어느 회사의 사장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면 그 말이 맞는 것일까?


"종업원의 임금을 50% 인하하였더니 불평이 많아서 다시 50% 올려 원래대로 하였다."


이 말은 듣는 사람들에게는 임금이 원래의 임금으로 돌아간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즉 100원의 월급에서 50%를 깎으면 50원이 되고 다시 50원의 월급에서 50%를 올려 주면 75원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장의 말은 틀린 것이며 50%의 인하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100%를 인상해야 원래의 임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퍼센트를 대할 때는 무엇에 대한 퍼센트인지,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어 있는지를 항상 따져 보아야 한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