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이어 건강보험 개혁이 또 하나의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건강보험을 지금 상태로 내버려두면 고령화로 인해 10년 후엔 진료비 지출액이 지금의 두 배인 42조원,2050년엔 여섯 배인 129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 방식,즉 지역 건강보험 급여지출의 절반을 지원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2015년 6조5500억원,2050년엔 정부 총지출의 10%에 달하는 20조원(2004년 불변가격 기준)을 건보 지원금으로 쏟아부어야 할 상황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진료비 및 정부 재정 지원 규모 중·장기 예측'이란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고령화가 정부 추계보다 더 급격히 진전돼 205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와 비율이 각각 1819만명,38.6%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건보 재정 부담과 정부 지원금을 예측했다.

이는 통계청 2005년 추계치(1579만명,37.3%)보다 고령화가 더 진행됐음을 가정하고 계산한 것이다.

정 교수의 분석대로라면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시점(2047년)에 천문학적인 건강보험 재정 부담까지 겹쳐 사실상 정상적인 나라 살림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 교수의 예측보다 더한 분석도 나와 있다는 점이다.

KDI가 2003년 작성한 '인구구조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과제'라는 보고서에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2015년 38조원,2050년엔 276조60억원에 이르고 같은 시점에 정부가 지원해야 할 금액도 각각 8조2750억원,62조3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항목을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혜택만 받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후대(後代)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각종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박수진·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