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발생한 名義 盜用사건으로 인터넷에서의 실명 확인 방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허술한 우리의 보안 의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확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번 사태는 개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너무 쉽게 露出됐다는 사건에서 시작됐다.

정보 유출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인터넷의 아무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몇가지 단순한 작업만 하면 불특정 다수의 이름과 주민번호가 좌르르 나타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학생 여러분도 이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온라인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문제에만 집착하면 해결은 단순하다.

대체 수단을 만들고 도용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명의 도용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금전적인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기분이 좀 나쁠 뿐일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나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이 대책에 미온적인 것도 문제를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다.

수십만명의 명의를 수년에 걸쳐 도용한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 분석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명의 도용의 '불감증'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남의 이름을 도용하는 데 전혀 罪意識을 느끼지 않는 소름끼치는 무의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도용당한 명의가 결국 犯罪에 惡用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가 돈이 되는 게임

현재 우리의 일상은 주민등록번호,아이디,신용카드번호,비밀번호 등이 언제라도 노출될 위험에 처해 있다.

책상 위에 생각없이 지갑을 던져둔 채 외출하거나 로그아웃하지 않은 PC를 켜둔 채 하루종일 딴 일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생길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우선 사용 내역이 휴대폰으로 전송된다.

금전적인 피해가 생길 경우 이 사실을 본인이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의 정보가 나도 모르게 감쪽같이 사용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것이 범죄에 악용된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이번 '리니지'에서 발생한 명의 도용은 과거의 명의 도용과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성인 인증을 하기 위해 어른의 명의가 필요했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니다.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하면 돈이 되는 '리니지'류 게임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국내 온라인게임사들은 게임 내에서 칼 창 방패 등 캐릭터가 着用하는 아이템에 의해 게임의 승패가 좌우되도록 만들었다.

그 다음엔 아이템을 희소화했다.

아이템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데 정상적인 방법(몬스터를 잡거나 레벨 상승을 통해)으로 아이템을 얻기가 힘들다.

게이머들은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기 시작했다.

점차 이것을 대규모로 하는 속칭 '작업장'이 생겼다.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계정을 만들고 캐릭터를 무한정 생성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작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우선 주민등록번호를 대규모로 빼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집된 이 주민등록번호로 계정을 한껏 만든 뒤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캐릭터 생성과 아이템 수집에 나선 것이다.

이런 아이템들은 수십만∼수백만원에 팔려 나갔다.

이들에게 주민등록번호는 계정이 되고,아이템이 만들어졌고,돈처럼 인식됐다.

무단으로 남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것을 서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임원기 한국경제신문 IT부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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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읽기

ㆍ名義 (명의)
ㆍ盜用 (도용)
ㆍ露出 (노출)
ㆍ罪意識 (죄의식)
ㆍ犯罪 (범죄)
ㆍ惡用 (악용)
ㆍ着用 (착용)
ㆍ惡循環 (악순환)
ㆍ誘發 (유발)
ㆍ詭辯 (궤변)
ㆍ根絶 (근절)
ㆍ中毒 (중독)
ㆍ需要 (수요)
ㆍ供給 (공급)
ㆍ稀少性 (희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