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이슬람이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001년 9·11 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을 잡기 위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탈레반 정권은 붕괴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가 발생한 다음 해인 2002년 1월 북한 이란 이라크 등 3개국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북한을 빼면 이라크와 이란은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들이다.
미국이 2003년 3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라크전쟁을 시작하면서 이슬람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이란은 지난해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가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슬람은 우리에게 테러나 핵무기 같은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문명은 찬란한 과거를 갖고 있다.
◆찬란했던 이슬람 문명
서기 570년에 태어난 예언자 마호메트에 의해 이슬람교가 탄생했다.
마호메트가 610년부터 632년까지 23년간 예언자로서 '알라'의 말씀을 전한 것을 모은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이 정리되면서 이슬람교는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해갔다.
이후 100년도 안 돼 지금의 중동은 물론 북아프리카로부터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인도 중국을 비롯 스페인 등 남서부 유럽에 이르는 거대한 세력권을 형성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발한 이슬람은 동으로는 파미르 고원을 경계로 당(唐)나라와 접경하게 되었고 서쪽으로는 동로마 제국으로 불리던 비잔틴 제국을 공격,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다.
북아프리카를 거쳐 스페인의 서고트 왕국을 멸했다.
스페인은 15세기 말까지 이슬람 문화가 유럽에 전파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이렇게 형성된 이슬람 문명은 역사학과 지리학을 비롯 철학 천문학 수학 물리학 화학 의학 연금술 등을 독창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중세 유럽이 암흑의 상태에 있을 때에도 세계 문화의 정체를 막았다.
또 이슬람의 학문과 과학은 유럽에 전파돼 르네상스의 기초가 됐다.
◆정교일치의 사회구조
그렇다면 이슬람은 왜 오늘날 후진 사회로 전락했을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원인은 종교가 정치 등 일상생활에 완전히 녹아 있는 정교일치의 사회구조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서구의 시각에선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체제다.
중동의 무슬림들은 종교를 바탕으로 정치 공동체를 세웠다.
그 공동체는 처음부터 교회이자 국가였다.
따라서 이슬람에서 종교의 힘은 정치 사회 문화 군사 등 모든 영역에 미쳤다.
당연히 이슬람 국가의 의사결정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 종교 지도자들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
이 같은 치명적 약점을 안고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서구 세계와 경쟁하기는 어려웠다.
대의 민주주의 틀 안에서 다양한 이해집단이 토론과 경쟁,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는 서구 국가들에 맞서,신의 뜻을 대변하는 소수 종교 지도자들이 중요한 결정을 독점하는 정교일치의 이슬람 국가가 제대로 된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란은 여전히 신정(神政) 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폐쇄적인 경제
이슬람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아랍지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이 지역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수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국가에서부터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200달러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슬람 국가가 모여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대체로 국내 시장을 과잉보호해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특히 외국 자본 유치에 소극적이어서 외부의 긍정적인 자극을 기피해 왔다.
이 같은 폐쇄적인 경제 시스템은 무슬림들이 갖고 있는 '종교적 숙명주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종교적 숙명주의는 인간은 신의 피조물로서 인간의 모든 일은 신이 주관한다는 사상이다.
이 때문에 무슬림들은 경제활동을 포함한 일상생활에서 운명과 신의 뜻을 중요시하며 인간이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해간다는 생각을 낯설게 느낀다.
당연히 전 세계 경쟁자들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적다.
이와 함께 진보와 변화보다 전통과 관습의 보전을 중시하는 무슬림들의 경향도 낙후된 경제의 한 요인이다.
첨단 경영기법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거나 받아들이는 노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슬람의 전통도 한몫
무슬림들이 지키는 이슬람의 전통도 이슬람 국가들을 서구에 비해 뒤처지게 만든 원인이다.
무슬림들은 하루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예배를 올린다.
시간을 쪼개가며 일해도 따라가기 힘든 첨단 정보시대에 만사를 제쳐두고 매일 다섯 번이나 예배를 한다는 것은 서구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답답한 악습이다.
하지만 무슬림들에겐 하루 세끼 식사를 하는 것처럼 조금도 불편하지 않은 자연스런 삶의 한 부분이다.
문제는 이 예배 시간이 되면 이슬람에선 모든 일이 정지된다는 점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세속의 일과 종교생활이 분리돼 있지 않다.
일부다처제,'히잡'이라는 가리개의 착용 등 여성에 대한 여러 가지 족쇄가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서구 사회의 여성들이 활발한 참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슬람 여성들은 원천적인 제약에 묶여 있는 셈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2001년 9·11 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을 잡기 위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탈레반 정권은 붕괴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가 발생한 다음 해인 2002년 1월 북한 이란 이라크 등 3개국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북한을 빼면 이라크와 이란은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들이다.
미국이 2003년 3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라크전쟁을 시작하면서 이슬람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이란은 지난해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가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슬람은 우리에게 테러나 핵무기 같은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문명은 찬란한 과거를 갖고 있다.
◆찬란했던 이슬람 문명
서기 570년에 태어난 예언자 마호메트에 의해 이슬람교가 탄생했다.
마호메트가 610년부터 632년까지 23년간 예언자로서 '알라'의 말씀을 전한 것을 모은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이 정리되면서 이슬람교는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해갔다.
이후 100년도 안 돼 지금의 중동은 물론 북아프리카로부터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인도 중국을 비롯 스페인 등 남서부 유럽에 이르는 거대한 세력권을 형성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발한 이슬람은 동으로는 파미르 고원을 경계로 당(唐)나라와 접경하게 되었고 서쪽으로는 동로마 제국으로 불리던 비잔틴 제국을 공격,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다.
북아프리카를 거쳐 스페인의 서고트 왕국을 멸했다.
스페인은 15세기 말까지 이슬람 문화가 유럽에 전파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이렇게 형성된 이슬람 문명은 역사학과 지리학을 비롯 철학 천문학 수학 물리학 화학 의학 연금술 등을 독창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중세 유럽이 암흑의 상태에 있을 때에도 세계 문화의 정체를 막았다.
또 이슬람의 학문과 과학은 유럽에 전파돼 르네상스의 기초가 됐다.
◆정교일치의 사회구조
그렇다면 이슬람은 왜 오늘날 후진 사회로 전락했을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원인은 종교가 정치 등 일상생활에 완전히 녹아 있는 정교일치의 사회구조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서구의 시각에선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체제다.
중동의 무슬림들은 종교를 바탕으로 정치 공동체를 세웠다.
그 공동체는 처음부터 교회이자 국가였다.
따라서 이슬람에서 종교의 힘은 정치 사회 문화 군사 등 모든 영역에 미쳤다.
당연히 이슬람 국가의 의사결정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 종교 지도자들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
이 같은 치명적 약점을 안고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서구 세계와 경쟁하기는 어려웠다.
대의 민주주의 틀 안에서 다양한 이해집단이 토론과 경쟁,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는 서구 국가들에 맞서,신의 뜻을 대변하는 소수 종교 지도자들이 중요한 결정을 독점하는 정교일치의 이슬람 국가가 제대로 된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란은 여전히 신정(神政) 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폐쇄적인 경제
이슬람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아랍지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이 지역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수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국가에서부터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200달러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슬람 국가가 모여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대체로 국내 시장을 과잉보호해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특히 외국 자본 유치에 소극적이어서 외부의 긍정적인 자극을 기피해 왔다.
이 같은 폐쇄적인 경제 시스템은 무슬림들이 갖고 있는 '종교적 숙명주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종교적 숙명주의는 인간은 신의 피조물로서 인간의 모든 일은 신이 주관한다는 사상이다.
이 때문에 무슬림들은 경제활동을 포함한 일상생활에서 운명과 신의 뜻을 중요시하며 인간이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해간다는 생각을 낯설게 느낀다.
당연히 전 세계 경쟁자들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적다.
이와 함께 진보와 변화보다 전통과 관습의 보전을 중시하는 무슬림들의 경향도 낙후된 경제의 한 요인이다.
첨단 경영기법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거나 받아들이는 노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슬람의 전통도 한몫
무슬림들이 지키는 이슬람의 전통도 이슬람 국가들을 서구에 비해 뒤처지게 만든 원인이다.
무슬림들은 하루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예배를 올린다.
시간을 쪼개가며 일해도 따라가기 힘든 첨단 정보시대에 만사를 제쳐두고 매일 다섯 번이나 예배를 한다는 것은 서구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답답한 악습이다.
하지만 무슬림들에겐 하루 세끼 식사를 하는 것처럼 조금도 불편하지 않은 자연스런 삶의 한 부분이다.
문제는 이 예배 시간이 되면 이슬람에선 모든 일이 정지된다는 점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세속의 일과 종교생활이 분리돼 있지 않다.
일부다처제,'히잡'이라는 가리개의 착용 등 여성에 대한 여러 가지 족쇄가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서구 사회의 여성들이 활발한 참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슬람 여성들은 원천적인 제약에 묶여 있는 셈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