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영국 출신의 하워드 스트링거(64)가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자로 최종 낙점됐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스트링거가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일본 주요 기업의 경영권을 쥐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가 1997년 소니에 합류했을 때 CEO 자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언론인 출신의 최고경영자

영국 웨일스 카디프 출신인 스트링거는 옥스퍼드대학에서 근대사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그는 기자와 프로듀서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소니의 회장으로 오르기 전에 소니 아메리카본부 회장 겸 CEO로 활동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소니 필름 엔터테인먼트,소니 필름 텔레비전,소니 필름 디지털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 부문과 미국 내 하드웨어 판매,제조 및 마케팅 등 가전 업무가 그의 책임이었다.

이 밖에도 스트링거는 소니의 캐나다 사업부 회장,소니 그룹 이사회 멤버,소니 유럽의 이사회 멤버를 겸임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음반회사 소니 BMG 뮤직 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 구성원이기도 했다.

스트링거 회장은 소니에 입사하기 전까지 미국 CBS 방송에서 30년 동안 기자,프로듀서 등을 역임한 언론인이었다.

1974~1976년 작가 감독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는 9개의 에미상을 수상했고,1976~1981년엔 'CBS 리포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31개 에미상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1981~1984년엔 미국의 인기 뉴스 프로그램인 'CBS 이브닝 뉴스'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CBS 사장으로 재직했던 1988~1995년 당시에는 꼴찌였던 CBS TV 네트워크를 한 시즌 만에 1위로 끌어올리는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CBS를 떠난 뒤에는 미디어 기술 회사인 '텔 TV'의 회장 겸 CEO로도 근무를 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핵심제품 육성

이런 그의 경력을 감안하면 소니 회장으로서 그는 전혀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일본의 대기업에서 외국인 CEO가 영입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소니의 회장으로 취임한 뒤 "향후 3년간 직원 1만명을 감원하고 세계 각국에 있는 생산 거점 11개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경영 혁신 계획을 발표할 당시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 일본인들이 꽤 많았다.

계획에 따르면 세계 65곳에 있는 생산 거점 가운데 11곳을 폐쇄해 54개로 줄이고,2007년 말까지 그룹 전체 직원 15만명 중 국내 4000명,해외 6000명 등 1만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생산 현장 인력 중심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소니의 보유 부동산과 주식 등 1200억엔 상당을 매각하겠다고 스트링거 회장은 설명했다.

대신 경영 자원을 본업인 음향 및 영상기기 분야에 집중하고,소니은행과 생명보험 등 금융 부문 지주회사의 주식 공개도 2007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을 통해 총 2000억엔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스트링거 회장은 '핵심 역량 제품(champion products)'에 초점을 맞춰 소니 가전 브랜드를 되살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2005 일본 첨단기술종합전시회(CEATEC)' 연설을 통해 이와 같은 계획을 밝히는 한편 핵심 제품군에는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인 '워크맨'과 비디오 카메라인 '핸디캠',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니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창사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스트링거 회장의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의 성과라고 보기엔 아직 성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이로 인해 그의 개혁은 앞으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