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나] "세금 = 필요惡"

세금은 '필요악(必要惡)'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정부가 교육이나 치안 등의 공공재를 공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거둬야 하지만,세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어떻든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선 이를 환영할 이유가 없다.


또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기 때문에 세금은 언제나 논란이 큰 국가적 의사결정의 하나다.


'세금의 나쁜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저 "정부가 내 돈을 강제로 거두어가기 때문에 나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말하는 세금의 악(惡)은 단순히 돈을 거둬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세금을 걷는 것 자체는 부(富)의 이전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제로섬(zero-sum)이다.


세금 부과의 진짜 나쁜 효과는 시장거래를 위축시키고,가격 왜곡으로 자원낭비를 초래하며,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세금중과의 피해를 떠안는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많이 초래한다는 점이다.


"세금을 많이 거둬 좋은 일에 제대로 쓰면 좋은 게 아니냐"는 말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지만,세금의 부작용은 의외로 많다.


◆세금은 "거래를 위축시킨다"


"세금이 나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적힌 시험지를 받으면 답안을 어떻게 써야 할까.


"세금이 없다면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을 것들이 세금부과로 인해 거래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손실이 생긴다"고 쓰면 아마도 90점 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컴퓨터 한 대가 100만원일 경우 연간 100만대씩 소비된다고 가정하자.정부가 어느날 세금 50%를 추가로 부과해 컴퓨터 가격이 150만원으로 높아졌을 경우 이 컴퓨터를 살 사람은 예컨대 5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나머지 50만명의 사람들은 '세금 부과로 높아진 가격'때문에 컴퓨터 구입을 포기하게 된다.


제품 가격을 높이는 세금 부과는 이처럼 시장거래를 위축시킨다.


해당 제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효용가치'가 바로 사회적 손실이다.


세금 부과로 인해 높아진 가격으로 컴퓨터를 구입한 사람들은 어떨까.


이들은 5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비용이 증가하지만,그 금액만큼 정부가 세금수입을 거두는 것(부의 이전)이기 때문에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중립(zero-sum)이다.


세금 부과의 부정적 효과는 높아진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한 사람이 아니라,세금부과로 인해 구매를 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로부터 생긴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시장왜곡으로 자원배분 비효율 초래


정부는 통상적으로 모든 분야의 세금을 동일하게 인상하기 보다는 특정한 분야의 세금을 더 걷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근로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여러 종류의 세금 중 일부를 선택적으로 올린다는 얘기다.


이는 필연적으로 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


석유 관련 세금을 인상하는 반면 서민들이 많이 쓰는 연탄 관련 세금을 낮추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종전보다 석탄을 더 많이 쓰게 될 것이다.


정부가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석탄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뉴스를 여러분들은 최근에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찜질방이나 음식점 등에서 연탄 구입을 늘리는 바람에 정작 서민들은 연탄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굴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만큼 세금은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양도세를 중과(重課)하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값이 싼 주택 두 채를 매입하기 보다는 값비싼 주택 한 채를 선호하게 된다.


세금이 집을 구매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차원에서 2주택자에 대한 세금징수를 강화했지만 실제로는 '규모가 크고 값이 비싼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올라가는 역설적인 시장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세금 내는 사람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그 상품의 구매자가 세금부담을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예컨대 고소득층이 즐겨쓰는 사치품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할 경우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보다 공급하는 사람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사례도 무수히 많다.


그레고리 맨큐가 쓴 경제학 원론을 인용해 보자.


"미국은 1990년 부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요트와 개인비행기,모피와 고급승용차에 대해 사치세(luxury tax)를 부과했다.


하지만 부자들은 요트를 구매하는 대신 대저택을 사들이거나,유럽여행을 가거나,더 많은 상속을 하는 등 선택의 여지가 많아 요트를 굳이 사지 않는다.


반면 요트 생산업체과 관련 노동자들은 요트 말고는 다른 상품을 공급하기가 어렵다.


결국 생산업체와 노동자들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세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사치세는 부자들이 아니라 중산층에 더 많은 부담을 안겼다."(129p,Who pays the luxury tax?)


법률적으로 누가 세금을 내느냐 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세금이 부과될 경우 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이 누구한테 있는가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앞의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부자들에게 세금을 메긴다고 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부자들에게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는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세금부담을 떠안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명백한 진리를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법인세 부담은 이익배당 여부에 관계없이 대주주와 소액주주,노동자,소비자 등에게 100% 전가된다.


기업의 대주주는 법인세 인상으로 주주가 떠안아야 할 세금부담 총액에서 지분율 만큼만 부담하게 된다.


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세금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적을 수밖에 없다.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기업주(대주주)에게만 이롭다는 생각은 세금과 관련된 가장 큰 착각중 하나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