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드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公的효용

"푸줏간 주인,양조장 주인,빵 만드는 사람들의 선의(善意) 때문에 우리가 오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좋은 식사를 하게 된다."


경제 과목에 관심이 있는 생글생글 독자들은 한번쯤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빵 만드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언급한 유명한 명제다.


(국부론의 원제는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the nations)



애덤 스미스는 푸줏간 주인 등의 예를 들어 '자신의 사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각 개인의 행동들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공익(公益)적 효용을 만들어내는' 시장경제의 기본 틀을 설명해냈다.


그는 다음과 같은 해설도 덧붙였다.


"각 개인은 자신들이 의도적으로 사회적 공익을 증진하려고 하는 경우보다,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공익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이타적(利他的) 행동보다는 이기적(利己的) 행동이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사회적 부(富)를 창출해낸다는 의미다.


통상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인 것처럼 인식되어온 '이기주의'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이타주의'보다 더 많은 공적 효용을 창출해 낸다는 것인가.


◆자본주의,곧 인센티브 체제


사람들은 물질적인 보상이 주어질 때 더 열심히 일한다.


칭찬이나 사회적인 평판 등 무형의 인센티브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이기심은 사람들로하여금 '더 많은 물질적·정신적 보상'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개인의 이기심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조직하고 제도화한 것이 바로 자본주의다.


'빵을 굽는 행위'를 개인이나 가족 단위를 뛰어넘어 기업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도 자본주의였다.


기업(주식회사)은 자본주의의 발명품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거쳐 '공공적 효용'을 창출하려면 무엇보다 '경제활동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그 제품을 절실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이기적 인간들에게 이윤추구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싸게 물건을 만들어내고,그 물건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와 그 처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행동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승화된다.


◆사유 재산이 사회발전의 엔진


사람들은 더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하는 이기적 행동들이 시장에서 적정한 가격으로 교환되면서 다른 사람과 사회 전체를 발전시키게 된다.


사유 재산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회는 진보한다.


예를 들어보자.서울 청계천 복원사업은 주변 집값과 상가 임대료를 끌어 올렸다.


이것을 지켜본 아파트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집 주변을 녹화(綠化)하고 인근 하천을 맑게 가꾸고 있다.


자기 집값을 올리기 위한 이기적 행동이지만,그 결과는 '주변 환경까지도 생각하는 교양있는 시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각국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눈물겨운 투쟁에 감동했기 때문이 아니다.


깨끗한 공기가 집값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계속 팔기 위해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700달러를 넘어서면 도시의 환경오염이 대체로 줄어든다고 한다.


경제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서면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환경의 격차가 사유재산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이타(利他)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만,실제로는 사유재산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행동이다.


◆사회와 개인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인간의 이기적 행동은 때때로 주변 사람들을 언짢게 만든다.


정부는 인간의 이기심을 억제하려는 욕구에 쉽게 빠져든다.


사회 공동체가 인간의 이기심을 억누르고,사유 재산을 늘리려는(다시말해 부자가 되려는) 행위를 죄악시하는 각종 규제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에 공장을 짓거나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나쁜 것'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공장신설 억제는 산업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고,아파트 재건축을 차단하는 것은 토지이용의 효율을 떨어뜨리며 도시를 슬럼화시킬 수 있다.


이윤 추구 행위를 차단하거나 억누르는 것은 사회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장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유재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공해를 몰래 배출하는 것이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돼서는 안되고,내부정보를 빼내는 것이 투자자들의 이익을 늘리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되도록 제도와 법규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것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