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라는 속담이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주의(利他主義)는 선의(善意)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위의 속담이 말하고 있듯이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다.
'공동체 정신 혹은 공동체주의'가 사회 공동체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개념인 '개인주의'가 사회 공동체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때가 많았다.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실제로 개인주의에 뿌리를 박아놓고 있는 자유주의라는 기제를 통해 급속히 발전해왔다.
◆마거릿 대처의 싸움
1980년대 유럽에서는 주목할 만한 실험이 시작됐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과감한 개혁이었다.
대처가 집권하기 이전의 영국은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좋은 사회였다.
1942년 작성된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를 토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뒀고,이 돈으로 실업자들의 생계를 보장해줬다.
근로소득 최고세율은 83%,부동산·금융 소득세율은 98%에 달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과도한 복지는 우선 실업자를 양산해냈다.
세금에 짓눌린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갔고 재정은 멍들어갔다.
1976년에는 외환위기에 빠져 IMF(국제통화기금)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7년에는 하루 평균 파업참가 노동자 수가 3만3800명에 달할 만큼 '더 많은 분배'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파업은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영국병(英國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979년 집권한 대처는 복지국가의 거의 모든 것들을 부수어버렸다.
광산노조와는 1년 동안이나 끈질긴 싸움을 벌여 결국 막강한 탄광노조를 무너뜨렸고,178만5000명에 달했던 공기업 직원 수(1980년)는 47만명(1992년)으로 줄였다.
노동법의 과도한 노동자 보호를 없애고 국민연금 지급액을 줄였으며,소득세와 부동산·금융소득세의 최고세율을 40%로 낮췄다.
대처는 "국가가 모든 세례식에 씀씀이 헤픈 요정으로 등장하고,인생의 모든 과정에 수다스런 동반자가 되어주고,장례식에는 이름 없는 조문객으로 참석해 주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사회복지 체제를 무너뜨렸다.
대신 기업과 개인의 이기심을 부추기는 정책을 폈다.
대처 총리에 대해 서방 세계에서는 '철의 여인'이라고 칭송했지만 영국에서는 '암탉 아틸라'(흉노의 왕 아틸라를 빗대 붙인 별명)일 뿐이었다.
영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내부의 적'으로까지 불렸다.
선의(善意)라고는 눈꼽만치도 찾기 어려운 대처의 정책들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다시 떠오른 영국,쇠락하는 독일
대처의 개혁 이후 영국은 외국기업들에 인기가 높은 '유럽 최대의 자본 유치국'으로 탈바꿈했다.
1999년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1986년 11.8%였던 실업률도 2000년대 들어 5% 이하로 떨어졌다.
영국 노동자들을 무참히 해고했던 대처 총리가 '유럽에서 실업자가 가장 적은 나라'를 만들어낸 것이다.
실업수당이나 파업수당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노동자들로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 말고는 생계를 유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졌다.
반면 1950년대와 60년대 '라인강의 기적'으로 쌓아올린 부(富)를 7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쪽으로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 독일은 어땠을까.
역설적이게도 사회복지 수준을 높여가기 시작한 독일은 실업률도 덩달아 높아지기 시작했다.
1970년 0.4%에 불과했던 독일의 실업률은 1975년 4.7%,1985년 9.2%로 높아졌고 1990년대 이후에는 10%를 넘어섰다.
일을 하지 않아도 여유있게 살 수 있게 된 독일은 지금 '실업자 천국'이 되어있다.
한 번 실업자가 되면 더이상 일을 하지 않으려 했다.
오죽했으면 헬무트 콜 총리가 '실업자가 일자리를 제안받으면 거부하지 못하도록' 고용촉진법을 개정해야 했을까.
◆"복지국가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다"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모델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이타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그 특징이다.
이 제도는 한국의 정부와 사회단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 사회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앞세운 냉혹한 사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했고 사회 활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제는 독일마저 '아젠다 2010'을 통해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복지제도는 선의(善意)로 탄생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제도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사회 전체를 허약하게 만들었다.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반(反)나치 운동으로 히틀러 집권기에 해직교수 1호가 된 경제학자 빌헬름 뢰프케는 "복지국가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다"며 "복지국가의 원칙과 예외에 관한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하고도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결코 섣불리 실행에 옮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복지 수준을 높이기 시작하는 순간 국민들의 요구는 한단계 더 높아지고,이를 충족시키려다 보면 막대한 재정적자와 수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하게 된다.
복지제도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들어 사회가 무너지고 만다.
"잉여금을 나눠주는 제도가 일단 시작되면 중단될 수 없으며,군중들은 그것을 자신의 당연한 권리로 여기게 된다"고 중우(衆愚)정치를 비판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력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표류하는 개인을 공동체 안으로 귀속시키고 '우리는 함께 존재한다'는 목표를 내건 공동체주의는 나치즘과 파시즘 스탈리니즘 같은 전체주의로 귀결됐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개인주의를 토대로 한 현대 열린사회의 토대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타주의는 개인의 책임 의식을 약화시키고 결국에 가서는 공동체를 무너뜨렸다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주의(利他主義)는 선의(善意)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위의 속담이 말하고 있듯이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다.
'공동체 정신 혹은 공동체주의'가 사회 공동체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개념인 '개인주의'가 사회 공동체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때가 많았다.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실제로 개인주의에 뿌리를 박아놓고 있는 자유주의라는 기제를 통해 급속히 발전해왔다.
◆마거릿 대처의 싸움
1980년대 유럽에서는 주목할 만한 실험이 시작됐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과감한 개혁이었다.
대처가 집권하기 이전의 영국은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좋은 사회였다.
1942년 작성된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를 토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뒀고,이 돈으로 실업자들의 생계를 보장해줬다.
근로소득 최고세율은 83%,부동산·금융 소득세율은 98%에 달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과도한 복지는 우선 실업자를 양산해냈다.
세금에 짓눌린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갔고 재정은 멍들어갔다.
1976년에는 외환위기에 빠져 IMF(국제통화기금)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7년에는 하루 평균 파업참가 노동자 수가 3만3800명에 달할 만큼 '더 많은 분배'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파업은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영국병(英國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979년 집권한 대처는 복지국가의 거의 모든 것들을 부수어버렸다.
광산노조와는 1년 동안이나 끈질긴 싸움을 벌여 결국 막강한 탄광노조를 무너뜨렸고,178만5000명에 달했던 공기업 직원 수(1980년)는 47만명(1992년)으로 줄였다.
노동법의 과도한 노동자 보호를 없애고 국민연금 지급액을 줄였으며,소득세와 부동산·금융소득세의 최고세율을 40%로 낮췄다.
대처는 "국가가 모든 세례식에 씀씀이 헤픈 요정으로 등장하고,인생의 모든 과정에 수다스런 동반자가 되어주고,장례식에는 이름 없는 조문객으로 참석해 주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사회복지 체제를 무너뜨렸다.
대신 기업과 개인의 이기심을 부추기는 정책을 폈다.
대처 총리에 대해 서방 세계에서는 '철의 여인'이라고 칭송했지만 영국에서는 '암탉 아틸라'(흉노의 왕 아틸라를 빗대 붙인 별명)일 뿐이었다.
영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내부의 적'으로까지 불렸다.
선의(善意)라고는 눈꼽만치도 찾기 어려운 대처의 정책들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다시 떠오른 영국,쇠락하는 독일
대처의 개혁 이후 영국은 외국기업들에 인기가 높은 '유럽 최대의 자본 유치국'으로 탈바꿈했다.
1999년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1986년 11.8%였던 실업률도 2000년대 들어 5% 이하로 떨어졌다.
영국 노동자들을 무참히 해고했던 대처 총리가 '유럽에서 실업자가 가장 적은 나라'를 만들어낸 것이다.
실업수당이나 파업수당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노동자들로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 말고는 생계를 유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졌다.
반면 1950년대와 60년대 '라인강의 기적'으로 쌓아올린 부(富)를 7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쪽으로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 독일은 어땠을까.
역설적이게도 사회복지 수준을 높여가기 시작한 독일은 실업률도 덩달아 높아지기 시작했다.
1970년 0.4%에 불과했던 독일의 실업률은 1975년 4.7%,1985년 9.2%로 높아졌고 1990년대 이후에는 10%를 넘어섰다.
일을 하지 않아도 여유있게 살 수 있게 된 독일은 지금 '실업자 천국'이 되어있다.
한 번 실업자가 되면 더이상 일을 하지 않으려 했다.
오죽했으면 헬무트 콜 총리가 '실업자가 일자리를 제안받으면 거부하지 못하도록' 고용촉진법을 개정해야 했을까.
◆"복지국가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다"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모델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이타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그 특징이다.
이 제도는 한국의 정부와 사회단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 사회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앞세운 냉혹한 사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했고 사회 활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제는 독일마저 '아젠다 2010'을 통해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복지제도는 선의(善意)로 탄생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제도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사회 전체를 허약하게 만들었다.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반(反)나치 운동으로 히틀러 집권기에 해직교수 1호가 된 경제학자 빌헬름 뢰프케는 "복지국가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다"며 "복지국가의 원칙과 예외에 관한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하고도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결코 섣불리 실행에 옮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복지 수준을 높이기 시작하는 순간 국민들의 요구는 한단계 더 높아지고,이를 충족시키려다 보면 막대한 재정적자와 수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하게 된다.
복지제도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들어 사회가 무너지고 만다.
"잉여금을 나눠주는 제도가 일단 시작되면 중단될 수 없으며,군중들은 그것을 자신의 당연한 권리로 여기게 된다"고 중우(衆愚)정치를 비판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력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표류하는 개인을 공동체 안으로 귀속시키고 '우리는 함께 존재한다'는 목표를 내건 공동체주의는 나치즘과 파시즘 스탈리니즘 같은 전체주의로 귀결됐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개인주의를 토대로 한 현대 열린사회의 토대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타주의는 개인의 책임 의식을 약화시키고 결국에 가서는 공동체를 무너뜨렸다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