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 때문에 이슬람권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전세계가 종교갈등에 휩싸였다.

촌철살인의 재치와 유머로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비판하는 일은 서방 신문의 풍자만화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슬람권에선 사정이 좀 다르다.

무슬림(이슬람교도)들 사이에서는 알라신과 마호메트를 그림으로 그리는 자체가 '신성모독'에 해당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풍자만화는 예언자 마호메트가 불 붙은 폭탄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모습으로 마치 테러리스트를 연상케 한다.기독교로 대표되는 서구문명과 이슬람권 문명의 대충돌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이번 마호메트 풍자만화 파문의 원인을 따져보자.

◆이슬람 전통 무시가 1차 원인

마호메트는 종교 생활이 삶의 전부인 무슬림들에게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속한다.

무슬림들은 매일 5차례의 기도를 올리는 등 마호메트가 생전에 말하고 행한 바를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실천한다.

이는 1400년이나 이어온 전통이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무슬림들이 마호메트를 대하는 태도는 신성함 그 자체라고 말한다.

무슬림들은 세상을 창조한 알라신과 예언자 마호메트의 이미지를 인간의 손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주권재신(主權在神)의 가치관에 따라 신만이 진정한 입법자이며 절대적 사법권을 갖고, 국민은 신의 종복에 불과하다면서 알라신과 마호메트를 만화로 그린 행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는 알라신과 마호메트를 그리거나 조각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금지 문구는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알라신은 하늘과 땅의 창조주이다.

알라신의 초상과 닮은 것은 없다"는 코란의 42장 11절의 가르침을 근거로 무슬림들은 알라신 그리기를 절대 금기시하고 있다.

이는 마호메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마호메트와 그 교우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Hadith)는 알라신과 마호메트의 초상을 그리지 못하도록 분명히 적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살아있는 생물,특히 사람의 형상을 비유적으로 그리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 게 이슬람의 전통이라며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대해 이슬람권이 반발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서구 언론 가세와 덴마크 정부의 대응 미숙

마호메트 풍자만화가 덴마크 신문 율란츠-포스텐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9월 30일이었다.

덴마크의 무슬림들은 이 만화가 공개된 뒤 항위 시위를 했지만 당시에는 큰 논란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달 10일 노르웨이의 한 잡지가 이 만화를 그대로 전재하면서 사태는 악화됐다.

더욱이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의 언론들이 무슬림들의 반발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만화를 전재하고 덴마크 언론사 편들기에 나서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았다.

이슬람권 시민들은 조직적으로 덴마크 제품 불매운동에 돌입하는 동시에 마호메트를 모독한 언론사를 방치한 책임을 물어 덴마크에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언론 자유를 거론하며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정부가 사과할 수 없다는 거친 표현으로 무슬림들의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이슬람권 언론은 라스무센 총리의 발언을 이슬람권을 무시하는 언동으로 몰아갔다. 결과적으로 덴마크 정부의 세련되지 못한 대응이 사태를 키운 셈이 되고 말았다.

◆서구와 대립한 이슬람권 정부의 방조

이번 파문이 확산된 원인으로는 중동 이슬람국가 정부들이 폭력시위를 의도적으로 방조한 점도 꼽히고 있다.

중동 지역은 이라크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쌓인 반서방 감정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유럽 신문들의 마호메트 만화는 그런 중동지역에서 도화선에 불을 붙인 불꽃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실제로 불매운동을 위주로 한 평화시위가 폭력사태로 발전한 곳은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서방권과 관계가 나쁜 나라에서였다.

또 핵문제로 서구세계와 갈등하고 있는 이란의 정치 지도자들은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대해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함으로써 이슬람권 반발 전선의 선봉에 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서방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악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