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를 알아보자] 줄건 주고 받을건 받고 .. 관세철폐가 핵심

"농민 1만5000명 격렬시위,경찰과 충돌 수십명 부상."


"FTA 통과에 3000여 농민들 마지막 절규,분노,통곡."


지난 2004년 2월 한·칠레 FTA 국회 비준 당시를 다룬 신문기사 제목들이다.


1999년 시작된 칠레와의 FTA협상은 어렵사리 2002년 타결됐으나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4년 4월에 가서야 발효됐다.


협상 시작부터 발효까지 5년이나 걸린 원인은 농민단체 등 국내 이해집단의 반발 때문이었다.


한·미 FTA도 지난달 26일 정부의 전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로 협상 환경은 조성됐으나 벌써부터 농업계와 서비스업계에선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눈을 돌려 세계를 보면 각국은 앞다퉈 FTA를 맺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만 해도 15건의 FTA가 맺어졌고 37여건의 FTA 협상이 진행됐다.


FTA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자유무역협정(EFTA)은 40여개국과 FTA를 맺고 있다.


과연 FTA는 어떤 효과가 있길래 이렇게 많은 나라가 추진하는 것일까.



◆FTA는 시장 확대 전략


FTA는 쉽게 말해 '두 나라가 손을 잡고 시장을 활짝 여는 것'이다.


우리가 FTA를 맺는다면 기업의 입장에선 시장이 협정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생긴다.


큰 시장을 차지하려는 기업 간 투자와 경쟁이 촉진된다.


규모의 경제와 경쟁 촉진이 동시에 나타나 역내 경제활동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무역이 확대되고 경쟁력이 강한 비교우위 산업은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


FTA로 개방과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확대된 시장에서 영업 기회를 확보하려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증가한다.


이는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외국의 첨단기술을 들여오는 효과도 있다.


이와 함께 행정 조세 금융 투자 환경 등 사회 곳곳에 글로벌스탠더드가 도입돼 국가 전체적인 제도와 관습이 선진화하는 측면도 있다.


FTA를 맺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혼자 낙오되기 십상이다.


FTA는 역외국에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2005년 세계무역에서 FTA를 체결한 나라들끼리 이뤄진 무역 비중이 55%에 달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홀로 남을 경우 우리 기업들은 수출시장에서 남들이 물지 않는 관세를 내고,남들이 겪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넘어야 하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무역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경쟁국에 밀리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이를 뒤집어 경쟁국에 앞서 FTA를 추진해 시장을 넓히면 우리에게 기회가 커진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중동 남미 등 정치적 필요성이 강한 국가들과 FTA를 맺었을 뿐 주요 공업국과는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


우리가 중국 일본 등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FTA 왜 반대하나


FTA를 체결하면 두 나라 경제가 이익을 본다.


그러나 한 나라 안에서는 이익을 보는 '승자집단(winner)'과 손해를 보는 '패자집단(loser)'으로 나뉜다.


경제 전체로는 이익을 보더라도 업종에 따라서는 손실을 입는 계층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FTA가 필연적으로 개방과 규제 완화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뛰어난 비교우위 산업은 시장 확대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의 경우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과 외국기업의 투자 증가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의 경우 농업,노동집약적 제조업,서비스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해결책은 없나


FTA로 인한 무역 자유화가 농업 등 경쟁력이 약한 산업에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 전체에 이익을 안겨주는 FTA를 회피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혜택을 받는 부문에서 피해를 보는 부문으로 경제적 보상을 이전'하는 것이다.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에서 이익이 늘어난 만큼 세금을 더 거둬 피해를 본 산업이나 계층에 구조조정 비용을 지원하거나 사회복지혜택을 늘려주는 것이다.


피해부문에 대한 지원은 혜택받는 부문의 소비와 투자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일회성의 금전적 피해 보상 등 단기적인 땜질용 지원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까지 초래할 수 있다.


보상에는 시한을 정해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 칠레와 FTA 발효후 포도 수입 오히려 2.2% 줄어 >


정부는 칠레와 FTA협정을 발효하기 위해 1조2000억원이 넘는 FTA 기금을 조성해 농민을 지원하고 있다.


농민들이 '한·칠레 FTA=재벌이익+농민희생'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자제품의 수출이 증가해 대기업은 이익을 보지만 칠레 포도 등 농산물이 국내에 쏟아져 농민들은 초토화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1년이 흐른 2005년 4월 상황은 예상과 크게 달랐다.


당초 예상대로 전자제품,자동차 등의 수출이 59∼239%까지 급증했지만 정작 포도 수입은 오히려 2.2% 줄어들었다.


칠레로부터 장기간 수송해야 하므로 신선도가 떨어지고 약품 처리를 한다는 소문에 소비자들이 기피했기 때문이다.


농산물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7.8억원 늘어났으나 이 가운데 92.5%(53.4억원)는 포도주 수입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부는 한·칠레 FTA 피해액을 10년간 5860억원,연 평균 586억원으로 예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