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세계 무역은 다자 간 자유무역주의(다자주의)와 지역적 자유무역주의(지역주의) 등 두 개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자주의는 모든 나라가 함께 모여 동등한 무역 조건을 만든 뒤 이를 모두에 적용하는 무역 원칙을 말한다.
반면 지역주의는 한 지역 또는 특정 국가들끼리 협상한 뒤 특별한 무역 조건을 이들 국가에만 부여하는 것이다.
다자주의는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된다.
149개 회원국이 '최혜국 대우(MFN)'라는 원칙 아래 다자 간 회담을 통해 공통의 무역 조건을 만든다.
회원국 간에는 가장 좋은 무역 조건을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
WTO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지역주의에 의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국가들이 확산되는 추세다.
FTA(Free Trade Agreement)는 협정에 참여한 국가끼리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 등 배타적 무역특혜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FTA는 가입 국가가 아닌 나라에는 무역 장벽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FTA의 역사
FTA는 지역주의 경제통합의 한 형태다.
지역주의 경제통합은 유럽에서 싹텄다.
FTA→관세동맹→공동시장→경제동맹→완전 경제통합의 순서로 EU가 탄생했다.
1834년 프로이센 주도로 결성됐던 독일관세동맹도 경제 통합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유럽은 1960년대 초 FTA인 EEC(유럽경제공동체)와 EFTA(유럽자유무역연합)를 결성했다.
이후 EEC는 EC(유럽공동체)로,다시 EU(유럽연합)로 발전했다.
FTA는 지역주의 경제통합에서 가장 낮은 단계이고 EU는 완전경제통합의 단계다.
EU의 세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미국도 1992년 캐나다,멕시코와 3국 간 FTA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FTA는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유럽과 북미가 EU와 NAFTA를 형성하자 이에 배제된 국가들이 FTA를 맺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2005년 말 총 186개의 FTA가 발효돼 있을 정도로 지역주의는 다자주의와 더불어 세계 무역질서를 주도하는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FTA는 EU처럼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만큼 흔히 지역무역협정(RTA:regional trade agreement)으로 불리기도 한다.
◆FTA는 세계적인 조류
최근 10년간 FTA 체결이 가속화되면서 FTA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다.
다자무역 체제의 근간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시절인 1948~1994년 체결된 FTA의 수는 모두 48개였다.
1994년 WTO 출범 후 10년간 FTA는 138개가 체결됐다.
현재 발효 중인 186개의 FTA를 시기별로 보면 지난 80년대까지 37개에 그쳤으나 90년대 64개,2000년 이후 95개가 체결돼 FTA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5년에는 세계 무역 중 FTA 역내 국가 간 무역 비중이 55%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의 FTA는 추진 속도가 더 빨라지고 크기도 대형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5년 중 세계 전 지역에서 총 15건의 FTA가 타결됐고 적어도 37건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2006년에는 적어도 22건 이상의 FTA가 발효되고 5건 이상의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이익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FTA가 필요"
왜 세계 각국은 FTA에 몰두하고 있을까.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FTA가 다른 나라들을 최혜국 대우에서 배제하는 '배타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FTA에 속하지 않은 나라는 시장 접근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EU와 NAFTA가 결성된 이후 FTA가 도미노처럼 확산된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둘째,다자협상의 경우 장기간이 소요된다.
회원국이 많아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반작용으로 FTA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WTO 출범 후 첫 라운드인 DDA(도하개발의제) 협상은 지지부진해 아직도 타결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때도 다자협상이 시간을 끌면서 주요국들이 FTA에 매달리는 경향이 생겼다.
최근엔 FTA 효과도 질적으로 달라지고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관세 철폐 등을 통한 교역 확대가 주요 목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경쟁을 통한 기술혁신,외국인 직접투자유치,경제구조조정 등도 중요한 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 FTA, 특정국가들끼리 특혜 부여하는 배타적인 체제
다자무역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출범했다.
미국 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가 모여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체결한 것에서 시작됐다.
GATT 회원국들은 관세를 점차 내리고 비관세 장벽을 없애기 위해 다자간 협상을 1970년대까지 일곱 차례나 개최했다.
케네디라운드(6차),도쿄라운드(7차)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GATT 체제는 '기구'가 아닌 '협정'으로 비교적 구속력이 느슨한 형태로 운영됐다.
그런 상태에서 1980년대 이후 미국 등 선진국들이 반덤핑 제도 등 보호무역조치를 남용하자 GATT 체제는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1986년 우루과이에서 시작된 제8차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회원국들은 중요한 합의를 했다.
국제무역 분쟁을 확실히 해결하고 교역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협정체제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이에 따라 1995년 출범한 것이 세계무역기구(WTO)다.
WTO는 출범 후 첫 번째 다자협상을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했다.
이 협상을 DDA(Doha Development Agenda:도하개발아젠다)라고 부른다.
DDA 협상은 당초 2004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아직도 표류 중이다.
세계 각국이 농업 서비스 등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서 내년 말까지 협상 시한이 연장됐다.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은 WTO나 GATT와 같은 다자 간 기구가 아니라 특정국 간 무역 특혜를 부여하는 배타적인 체제다.
다자무역 질서의 근간인 최혜국대우 (MFN)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그러나 WTO 규범은 △모든 무역을 대상으로 하고 △관세 등 무역 제한을 10년 내 철폐하며 △역외국에 대한 관세 및 무역 제한을 더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FTA를 적법한 예외로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