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지난 1월1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해법,6자회담 재개 문제,중국의 대북 경제원조 및 투자확대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관심을 끈 것은 김 위원장의 '중국 대장정'이었다.

8일간의 방중 기간 동안 선양과 선전 광저우 주하이 등 '개방에 성공한 중국의 대표적인 도시'들을 시찰한 김 위원장의 의도가 무엇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가장 유력한 분석은 '북한이 중국식 개혁 개방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학습 차원에서 방문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군(軍)과 경제분야의 실세들과 함께 중국을 시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세계의 이목은 김 위원장이 귀국 후 대담한 개혁 개방 조치를 내놓을 것인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내용을 소개한다.

◆김(김 위원장) "중국의 빛나는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새해 첫 정치일정으로 중국 남부지방을 방문했다. 오래 전부터 중국대륙 남부지방을 방문하려던 우리의 희망이 드디어 실현됐다. 이번 방문 기간에 특히 고도기술 분야에서 달성한 빛나는 성과들에 대해 참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급속히 변모된 남방지역의 발전상과 약동하는 중국의 현실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후(후진타오 주석) "조선이 발전 강성하길 바란다"

우리는 조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강성해지는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조선 동지들이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발전방식을 적극 모색하고 국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지지한다.

◆김 "중국공산당 노선과 정책 옳다"

5년 전 천지개벽한 상하이를 돌아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에 여러 경제특구를 돌아보면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한마디로 이번 남방참관에서 중국 공산당의 올바른 노선과 정책이 있어 중국의 앞날이 더욱 밝고 창창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이적인 발전은 중국공산당이 제기한 '세 가지 대표사상'(三個代表論)과 과학적 발전관,조화로운 사회주의사회 건설 등 자체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노선과 정책을 제시하고 그 실현에 전체 인민을 힘 있게 불러일으킨 결과 이뤄진 것이다.(三個代表論은 장쩌민 전 총서기가 2000년 2월25일 광둥성 가오저우(高州)를 시찰하면서 제창한 것으로 '선진사회의 생산력 발전' '선진문화의 창달' '인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3대 명제를 담은 이론)

◆후 "친선 강화방안 합의 재확인했다"

전통적인 중·조(北) 친선은 노(老)세대 영도자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값진 자산이다. 친선협조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는 것은 시대가 우리에게 맡겨준 성스러운 사명이다. 지난해 10월 나는 조선 방문 기간 동안 친선협조 관계를 더 깊이 발전시켜 나가는 데 중요한 합의를 이룩했으며 방금 전에 우리는 이 중요한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

◆김 "조·중 친선에 만족한다"

조·중 친선관계가 지금과 같이 복잡다단한 정세 속에서도 줄곧 발전하고 있는 데 대해 만족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정부,인민이 조·중 친선을 중시하고 지지와 원조를 주고 있는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조선 노동당과 정부는 앞으로도 조·중 친선을 각 분야에 걸쳐 더욱 강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다.

◆후 "교류협력 확대 심화할 것이다"

우리는 선린우호와 협조를 강화한다는 정신에 따라 여러 분야에 걸쳐 쌍방의 교류와 협조를 가일층 확대하고 심화시킬 것이다. 또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오광진 베이징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