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는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중추 세력이다.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을 비롯해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은 기업이 없다.

정부는 비정규직 규모를 전체 임금근로자의 37%(540만명)에 이른다고 밝히지만 노동계에서는 60%(850만명)에 육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통계가 맞든지 간에 비정규직은 이제 우리산업에 없어선 안 될 절대적인 존재가 돼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데 있다.

이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임금 수준도 같은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낮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보자.그 원인도 알아보자.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급증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1년 360만명이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2년 374만명으로 14만명 증가에 그쳤으나 2003년에는 460만명으로 9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2004년에는 539만명으로 80만명이 또다시 증가했다.

2년 새 무려 170만명이나 늘었다.

지난해에는 비정규직 증가세가 둔화돼 전체로 548만명(전체 근로자의 36.6%)을 기록했다.

노동계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을 포함해 비정규직이 850만명(전체의 57%)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원하면서 신규 입사자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형태별로 보면 한시적 근로(기간제 근로)가 360여만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6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간제근로 107만여명,일일(단기)근로 66만6000여명,특수고용직(캐디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등) 71만여명,용역근로 41만여명,가정 내 근로 17만1000명,파견 근로 11만7000명 등이다.

이에 반해 정규직은 2002년 983만6000명에서 2003년 954만2000명으로 30만명 감소한 데 이어 2004년에는 또다시 919만명으로 35만명 줄었다.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기존 정규직 일자리도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 왜 늘어나나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경영실적이 악화된 기업들로서는 구조조정이 쉽고 인건비가 싼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살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 강성 노조의 잘못된 노동운동 관행도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만든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규직 노조의 파업만능주의에 휘둘려온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가 없는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기술변화 역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채용토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술혁신과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직무가 형성되고 이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게 되는 것이다.

또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증가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역시 가장 큰 요인은 제조업이 무너지고 자영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은 원래부터 비정규직이 많았고 산업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제조업 근로자 비중이 전체 근로자의 19%를 밑돌 정도로 제조업이 무너지고 중국 이전 등으로 산업이 공동화되면서 숙련공(정규직)이 필요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늘어나는 격차

비정규직은 비슷한 일을 하고도 임금을 적게 받는 데다 근로조건에서도 갖가지 불이익을 당하는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005년 기준 116만원으로 정규직(185만원)의 62.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다 사회보험 적용률도 정규직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용률은 정규직이 79.4%인 데 반해 비정규직은 29.7%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적용률은 정규직 85.2%,비정규직 31.6% 등으로 큰 차이가 난다.

상여금(보너스)이나 퇴직금,휴가 등도 정규직에 비해 불리하다.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는 전체 계층 간 소득격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도시근로자의 평균소득 311만원을 10단계로 나눠 집계한 결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는 계속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0년만 해도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계층(하위 10%)의 소득은 6만895원으로 소득이 높은 10분위 계층의 47만원에 비해 8분의 1 수준이었으나 작년에는 1분위 계층의 소득이 79만원으로 10분위 계층의 735만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벌어졌다.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