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는 우리 사회에 뜨거운 감자다. 차별은 없애야겠지만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다 보면 정작 실업자가 취직할 자리가 줄어들고 기존의 일자리 또한 줄어든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노동계와 재계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것도 이 같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채용과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을 늘려야 국가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확대돼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복지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또 탄력적인 인력 운영으로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비정규직이 늘면 많은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소득분배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사회불안을 야기해 국민의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고 맞서고 있다.

2004년 11월 정기국회에 상정돼 오는 2월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에는 노동계의 위와 같은 주장이 많이 반영돼 있다. 비정규직을 최소화하되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법안의 주요 쟁점을 알아보자.

◆비정규직법안 쟁점은?

가장 큰 쟁점은 기간제(계약직)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고 채용 기간을 늘리라는 부분이다.

노동계는 기존 근로자가 질병 출산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에 한해 기간을 정해 비정규직을 채용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진국 중에서도 프랑스 등 일부 국가만 이 같은 내용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 같은 제한이 없다.

노동계는 또 계약직을 2년 계속 고용할 경우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재계는 3년을 주장)

근로자 파견법에 대해서도 양측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근로자 파견이란 특정 기업이 일시적인 이유로 근로자가 부족할 때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인재를 파견해주는 것으로 이때 파견되는 근로자 역시 비정규직에 포함된다.

고용하는 회사로서는 잠시 필요하지만 인재를 파견해주는 회사로서는 여러 회사를 상대로 계속해서 사람을 파견해줄 수가 있는 것이 바로 파견제다.

파견제는 지금도 26개 업종에 한해서만 허용되고 있는데 노동계는 이를 인정하는 대신 파견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조금 골치 아픈 문제지만 우리 부모님들의 근로 형태를 생각하면서 계속 공부해 보자)

재계는 파견기간 제한을 3년으로 하고 기업 경영이 어려울때 등의 다른 조건은 달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비정규직 통계조차 거의 없다

선진국에선 비정규직이란 용어가 별도로 없고 차별대우에 대해서도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전체 비정규직을 통계로 내는 국가도 거의 없다.

다만 파트타임 근로자,파견 근로자 등 부분적인 통계가 있을 뿐이다.

그만큼 비정규직이 일반화돼 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시간제(파트타임)근로자만 비교했을 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중앙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한국의 총고용 인원 가운데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7.7%로 107만2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OECD 28개국 중 23위이고 28개국 평균치인 14.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네덜란드가 34.5%로 가장 높고 호주(27.9%) 일본(26.0%) 스위스(25.1%) 영국(23.3%) 뉴질랜드(22.3%) 등도 20%를 넘고 있다.

시간제 근로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59.4%로 OECD 국가 중에서 터키(56.9%)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며 전체 평균치인 72.3%보다도 훨씬 낮다.

여성 시간제근로자는 오스트리아가 전체의 87.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83.3%) 스위스(82.2%) 벨기에(81.0%) 스페인(80.7%) 등도 80%대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고용형태가 탄력적인 선진국에선 육아나 가사를 돌보면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여성근로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오히려 시간제근로를 확대하는 등 고용형태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선 임금체계가 일의 난이도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직무급이어서 차별대우에 대한 불만이 원천적으로 없다.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