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월 5일자 A12면

BK21(대학원 연구중심대학 육성) 2단계 사업에 2012년까지 총 2조3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교육부가 4일 공고한 BK21사업 최종안에 따르면 총 191개 사업단 290팀이 연구비 지원을 받는다. 1단계 때와 달라진 점은 사업단 평가항목에서 산학협력의 비중을 높였다는 것. BK21 1단계에서 5% 미만이었던 산학협력의 비중이 2단계에서는 25%로 상향조정됐다.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가산점을 받게 된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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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빌 게이츠 미국 MS(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등 세계적인 리더들은 올해의 화두로 '지식'을 꼽았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세계 정ㆍ재계 지도자 40여명이 보내온 2006년 전망 기고를 분석한 결과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핵심 경쟁력은 지식과 기술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식과 기술의 산실인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은 그동안 사회 전반의 발전 속도와 비교하면 그 위상이 크게 뒤처진 게 사실이다.

더욱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고급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체제의 구축이 시급한 형편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학의 연구력 강화를 목표로 내걸고 지난 99년 9월 BK21사업에 뛰어들었다.

1단계(1999~2005년) 사업의 성과로는 연구중심 대학의 기반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이 기간 중 과학기술논문 색인(SCI)급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이 크게 늘어나는 등 대학에 교육과 연구성과 중심의 경쟁 분위기가 조성됐다.

실제로 BK21사업 5차 연도의 과학기술분야 참여교수 1500여명의 SCI급 학술지 게재 논문은 7477편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SCI급 논문의 40% 상당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교수와 대학원생들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학부(대학)의 곁다리에 불과했던 대학원을 연구중심 체제로 거듭나게 하고 대학과 산업계의 연계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업단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벌어지는가 하면 대학별 지원금 나눠먹기식으로 당초 계획했던 '선택과 집중'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대학 간 협력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BK21 성패는 엄격한 평가에 달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2단계 사업에서는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과학기술분야 사업단 선정 때 참여 산업체의 연구개발(R&D) 실적,특허,기술이전료 등 산학협력 평가비중을 종전의 5% 미만에서 25%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산업체 지원금을 연간 국고지원금의 10% 이상 반드시 확보하도록 하고 대학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모든 분야 평가에서 취업률을 10% 정도 반영하기로 했다.

2007년,2009년,2010년에 연차평가를 거쳐 분야별 최하위 사업단의 사업비를 20% 내외에서 삭감하고 연구비 중앙관리제,교원 확보율 등 협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협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BK21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중간평가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단을 구성해 연구진행 과정이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일본과 중국도 연구중심대 육성 나서

연구중심 대학 육성사업이 우리나라에서만 추진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일본도 대학 간 경쟁을 촉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교육·연구 거점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21세기 COE(Center of Excellence)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중심 대학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5년 동안 집중 투입해 대학의 우수한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그 골자다.

일본은 특히 외부의 제3자로 구성된 평가단을 만드는 등 경쟁원리를 도입,국제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국도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한 대학발전계획 '211공정(프로젝트)'을 지난 96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세계적인 신기술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의 역량을 집중해 100개 정도의 대학과 중점학과를 육성함으로써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점 대학'과 '중점 학과'란 이름으로 일부 명문대학을 선정,집중 육성해 왔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도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국가발전의 아젠다로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우리도 BK21 사업의 추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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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BK21 사업

BK는 Brain Korea의 머릿글에서 따온 것으로 ‘두뇌 한국’을 의미한다.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이다.지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의 1단계 사업을 마무리짓고 올해부터 2단계 사업에 들어갔다.

◆21세기 COE 프로그램

COE는 Center Of Excellence에서 따온 약자로 ‘탁월한 거점’이라는 의미이다.일본 정부가 연구 잠재력이 큰 대학을 대학의 개성과 특색에 따라 세계적 거점을 형성하기 위해 마련했다.당초에는 30개 대학만을 뽑는다는 의미에서 ‘톱 30프로젝트’로도 불렸으나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211공정

중국 정부가 21세기에 대비하여 100개 정도의 대학을 선정,집중 육성하기 위해 내놓은 대학발전 계획이다.첫 사업기간인 ‘95기간’(1996-2000)중 95개 대학을 지원을 했다. 베이징대학의 세계일류 수학과 육성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