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원·달러 환율이 미끄럼을 타고 있다.
해가 바뀌자마자 세자릿수로 떨어지더니 최근엔 달러당 970원대로 가라앉기도 했다.
8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재정경제부·한국은행)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환율하락을 그냥 방치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연일 쏟아냈다.
최근엔 해외부동산 투자를 완전 자유화하겠다는 발표까지 들고 나왔다.
국내 외환시장에 넘쳐나는 달러를 해외로 돌리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달러 약세(원·달러 환율 하락)'라는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개인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를 소화해 내기엔 힘이 부친다는 지적이다.
◆비상등 켜진 외환시장
각국의 통화도 하나의 상품이다.
시장에 물건이 많이 풀리면 값은 떨어진다.
국내 외환시장엔 요즘 달러가 흔하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엄청난 양의 달러를 들여오는 데다 주식시장에 돈 보따리(달러)를 갖고 들어오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달러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상대적으로 원화값은 올라간다.
원·달러 환율이 내림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년엔 1000원 이상을 줘야 1달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970원 정도만 주면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원화의 힘이 세진 것이다.
이 같은 원화 강세는 수출엔 마이너스 요인이다.
같은 금액을 수출해도 예전에 비해 손에 쥐는 돈이 적어진다.
일본 중국 등 경쟁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넘치는 달러 해외로 돌린다
정부는 국내에 쌓여 있는 달러가 밖으로 수월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트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해외부동산투자 자유화' 조치다.
취득한도를 당장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늘리고 올해 안에는 투자한도를 완전 풀기로 했다.
초호화주택도 '거주 목적'이라는 증빙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된다.
'한은 신고'라는 껄끄러운 규정도 없앴다.
앞으로는 쭉 거래해 오던 은행에 가서 해외부동산 취득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려 원화값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목적이다.
정부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면 원·달러 환율은 올라가게 된다.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 관련 규제는 지난해 7월 이미 상당 부분 완화됐었다.
관광비자만으로도 거주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가능해졌고 매입한도도 30만달러에서 50만달러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작년 7월 이후 한은에 신고된 해외부동산 취득건수는 26건(송금액 기준 854만6000달러)으로 늘어났다.
20004년까지는 단 1건의 신고도 없었다.
국가별로는 캐나다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8건) 뉴질랜드(5건) 호주(1건)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의 해외 직접투자도 한도를 증액(300만달러→1000만달러)한 뒤 연내에 자유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해외투자 늘린다고 환율 잡힐까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이 외환시장에 당장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개인들의 부동산 매입 규모가 크지 않다.
해외부동산 투자는 기껏해야 한 해에 1000만달러 수준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액이 40억∼50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코끼리 비스킷'에 가깝다.
그나마 음성적으로 오가던 달러가 양성화된 것에 불과하다.
과거에도 외국에 부동산을 마련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편법으로 달러를 들고 나갔다는 얘기다.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거품 논쟁'에 휩싸여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올라 조만간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섣불리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간 손해를 볼 공산이 크다.
개인의 직접투자금액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정도는 아니다.
작년 1∼11월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8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규제가 풀렸다고 뭉텅이 돈이 갑자기 외국으로 흘러나갈 확률은 낮다.
반면 미국의 금리 인상 종결 가능성과 수출기업의 실적호전,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등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은 산적해 있다.
정부의 감시망이 허술해진 것을 틈타 불법자금의 해외도피가 기승을 부릴 우려도 있다.
철저한 외환 모니터링을 통해 '검은 돈'의 유출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미지수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
해가 바뀌자마자 세자릿수로 떨어지더니 최근엔 달러당 970원대로 가라앉기도 했다.
8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재정경제부·한국은행)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환율하락을 그냥 방치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연일 쏟아냈다.
최근엔 해외부동산 투자를 완전 자유화하겠다는 발표까지 들고 나왔다.
국내 외환시장에 넘쳐나는 달러를 해외로 돌리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달러 약세(원·달러 환율 하락)'라는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개인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를 소화해 내기엔 힘이 부친다는 지적이다.
◆비상등 켜진 외환시장
각국의 통화도 하나의 상품이다.
시장에 물건이 많이 풀리면 값은 떨어진다.
국내 외환시장엔 요즘 달러가 흔하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엄청난 양의 달러를 들여오는 데다 주식시장에 돈 보따리(달러)를 갖고 들어오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달러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상대적으로 원화값은 올라간다.
원·달러 환율이 내림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년엔 1000원 이상을 줘야 1달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970원 정도만 주면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원화의 힘이 세진 것이다.
이 같은 원화 강세는 수출엔 마이너스 요인이다.
같은 금액을 수출해도 예전에 비해 손에 쥐는 돈이 적어진다.
일본 중국 등 경쟁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넘치는 달러 해외로 돌린다
정부는 국내에 쌓여 있는 달러가 밖으로 수월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트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해외부동산투자 자유화' 조치다.
취득한도를 당장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늘리고 올해 안에는 투자한도를 완전 풀기로 했다.
초호화주택도 '거주 목적'이라는 증빙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된다.
'한은 신고'라는 껄끄러운 규정도 없앴다.
앞으로는 쭉 거래해 오던 은행에 가서 해외부동산 취득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려 원화값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목적이다.
정부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면 원·달러 환율은 올라가게 된다.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 관련 규제는 지난해 7월 이미 상당 부분 완화됐었다.
관광비자만으로도 거주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가능해졌고 매입한도도 30만달러에서 50만달러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작년 7월 이후 한은에 신고된 해외부동산 취득건수는 26건(송금액 기준 854만6000달러)으로 늘어났다.
20004년까지는 단 1건의 신고도 없었다.
국가별로는 캐나다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8건) 뉴질랜드(5건) 호주(1건)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의 해외 직접투자도 한도를 증액(300만달러→1000만달러)한 뒤 연내에 자유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해외투자 늘린다고 환율 잡힐까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이 외환시장에 당장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개인들의 부동산 매입 규모가 크지 않다.
해외부동산 투자는 기껏해야 한 해에 1000만달러 수준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액이 40억∼50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코끼리 비스킷'에 가깝다.
그나마 음성적으로 오가던 달러가 양성화된 것에 불과하다.
과거에도 외국에 부동산을 마련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편법으로 달러를 들고 나갔다는 얘기다.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거품 논쟁'에 휩싸여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올라 조만간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섣불리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간 손해를 볼 공산이 크다.
개인의 직접투자금액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정도는 아니다.
작년 1∼11월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8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규제가 풀렸다고 뭉텅이 돈이 갑자기 외국으로 흘러나갈 확률은 낮다.
반면 미국의 금리 인상 종결 가능성과 수출기업의 실적호전,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등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은 산적해 있다.
정부의 감시망이 허술해진 것을 틈타 불법자금의 해외도피가 기승을 부릴 우려도 있다.
철저한 외환 모니터링을 통해 '검은 돈'의 유출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미지수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