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왜!!!] 환율 세자릿수 급락 … 새해 경제 '고민'

미국 달러화와 한국 원화간의 교환비율을 의미하는 원·달러 환율이 연초부터 큰 폭으로 하락해 1000원선을 밑돌면서 새해 벽두부터 우리 경제에 큰 근심거리로 등장했다.


올해엔 경제 사정이 대폭 좋아질 것이란 사람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몇일간의 환율 급락은 분명 좋지 않은 소식임에 틀림 없다.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그리고 환율 하락이 우리 경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수출호조가 주 요인


원·달러 환율은 새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 달러당 1011원60전이었던 환율은 지난 2일 1008원,3일 1005원40전 등으로 하락했다.


그리고 4일에는 998원50전까지 떨어졌다.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기는 1000원 선이 8개월 만에 무너진 것이다.


지난 한해 연평균 환율이 1024원 내외인점에 비춰보면 최근의 환율 수준은 분명 크게 낮은 것이다.


그렇다면 환율이 왜 이렇게 하염없이 떨어질까.


무엇보다 미국의 달러화가 올해엔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국제금융 시장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는 작년 한해 일본 엔화,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지난 한햇동안 지속적으로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기준금리 수준이 높아지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도 강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의 FRB는 기준금리 인상을 조만간 중단할 것임을 시사하기 시작했고,이로 인해 미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서자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대외 요인 외에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여전히 호황을 보이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 요인 중 하나다.


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화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바꿔야 한다.


즉 '수출호조=달러화 공급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환율은 자연스레 하락 압력을 받는다.


◆수출 기업 타격 불가피


환율 하락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


명심해야 할 점은 다른 모든 경제현상과 마찬가지로 환율 하락이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환율 하락은 우리 경제에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왜 그럴까.


우선 환율이 하락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예컨대 환율 1000원일 경우를 가정해 보자.이때는 1000원짜리 물건을 만들면 1달러에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1000원짜리 물건을 1달러보다 조금 높은 약 1.11달러 수준에서 팔아야 한다.


똑같은 제품인데 가격이 이전보다 비싸지면 해외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한국 제품을 덜 구매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환율이 1%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연간 5억2000만달러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기업들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율이 1000원일 때 1달러에 수출하던 제품이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1달러에 파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수출 물량 자체는 변화하지 않겠지만 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이래저래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들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받는 타격은 국민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수출 기업들의 매출이 줄거나 수익성이 악화되면 이들 기업은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결국 일자리도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개인들의 소득도 감소하기 때문에 결국 내수기업도 타격을 받게 된다.


◆물가가 안정되는 긍정적 효과도


환율 하락으로 인해 생기는 장점도 많다.


우선 수입품의 가격이 싸진다.


환율이 1000원일 때는 1달러짜리 수입품이 국내에서 1000원에 팔린다.


그러나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1달러짜리 수입품 가격은 900원으로 떨어진다.


이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다소 안정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이로 인한 이득의 상당 부분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가격이 떨어진 만큼 물건을 사들일 수 있는 구매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기계설비 등 자본재를 수입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환율 하락은 이익이다.


수입 자본재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 회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을 때 환율 하락은 유가 상승 효과를 어느 정도 완충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나 해외에 자식을 유학 보낸 사람들도 환율 하락은 반가운 소식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똑같은 100만원을 들고 해외에 나가더라도 이를 달러화로 환산한 금액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환율이 하락하면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지만 한국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손해가 더 많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연 1% 하락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평균 0.06%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율의 절대적인 수준과 관계없이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경제 주체들에게 상당한 심리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환율급변동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재정경제부나 한국은행 등은 종종 환율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급등락을 완화한다'는 정부의 환율 개입은 자칫 시장흐름에 거스르는 무리한 개입을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