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2005년 12월29일자 A16면

국내 기업의 직무발명 보상제도 도입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28일 고용인 30인 이상의 2086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직무발명보상제도 운영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20.1%인 419개 기업만이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 가운데 42.3%가 제도를 도입한 데 비해 중소기업은 18.1%만이 도입해 중소기업의 직무발명 보상제도 도입이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해당 기업의 25.6%가 '기업 경영방침에 부합하지 않아서'라고 답했으며 '근로자들의 적극적 요구가 없어서' 16.4%,'보상금 산정 곤란' 15.2% 등이 있었다.


회사 종업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안해 낸 발명에 대해 회사가 어느 정도로 보상해줘야 합리적일까.

종업원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발명했을 때 그에 대한 보상액을 놓고 회사와 종업원 간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직무발명은 개인발명과 달리 발명자 개인의 노력 외에 사용자(회사)의 보수 지급,연구설비 제공,연구비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직무발명자는 회사에 발명 권리를 넘기게 마련이지만 특허권자로서 그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직무발명에 대한 '무상의 통상실시권' 등을 인정받는다. 직무발명에 기여한 기업·대학·정부 등과 발명을 주도한 사원·교수·공무원 간에 이익을 배분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주고 있는 셈이다.

특허법에는 이 같은 내용을 골격으로 하는 직무발명보상제가 도입돼 있지만 보상권의 행사 방식과 요건에 대해서는 세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외에서 직무발명 보상 소송 잇따라

이로 인해 발명자인 종업원과 회사 간 분쟁이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삼성전자와 사원 간의 특허보상 청구소송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애니콜 휴대폰의 '천지인' 입력 방식 특허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266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직원 최 모씨에게 2003년 말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비밀리에 소송을 취하했다.

천지인 입력 방식은 모든 모음을 천(·),지(ㅡ),인(ㅣ) 세 개의 버튼만 입력함으로써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지난 94년 삼성전자 개발팀 소속으로 천지인 자판을 발명한 최씨는 98년 회사 측이 특허권을 양도받아 등록을 마친 후 이를 적용한 휴대폰 단말기를 생산 판매하면서 자신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자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법원은 또 2002년 7월 D제약사의 전직 연구원인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소송에서 3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직무발명 보상을 인정한 국내 첫 사례다.

물론 직무발명 보상 관련 소송이 우리나라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2002년 히타치제작소가 사원 요네자와 세이지 전 연구원에게 1억6300만엔을 발명대가로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데 이어,법원은 니치아화학에 대해서도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자인 나카무라 슈지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에게 200억엔을 지급토록 판결했다.

◆직무발명 보상규정 개정안도 논란

이처럼 직무발명 보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허청은 기존의 특허법과 발명진흥법에 포함돼 있는 직무발명 관련 규정을 발명진흥법으로 통합한 개정안을 2005년 마련,국회에 제출했다.

특허청은 "현행 법률은 회사에서 직무발명제도를 도입하기가 어렵게 돼 있고,결과적으로 법원에서 보상액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개정안은 종업원과 사용자가 합리적인 협의 절차를 거쳐 기준을 마련하면 보상이 정당한 것으로 규정해 자율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와 노동계는 "정당한 보상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한 현행 특허법 규정을 삭제하는 등 종업원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간주된 자유발명' 규정을 삭제,종업원의 권한을 축소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무발명보상 시스템 시급히 정비돼야

국내 민간기업의 직무발명 보상제도 도입은 여전히 부진한 실정이다.

특허청이 최근 30인 이상을 고용한 2086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20.1%(419개)만이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허 출원에 대해 평균 51만5000원,등록에 대해 102만2000원을 지급하는 데 그쳤으며 실시 및 처분 보상금 또한 평균 수입금의 11.2%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보상과 관련한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며 일일이 보상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직원이 심혈을 기울여 기술을 개발하고 발명을 할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보상과 관련한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사내 발명자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시급히 정비함으로써 수익에 결정적 기여를 한 원천기술에 대해선 제대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 용어풀이

△직무발명=종업원,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종업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용자 등)의 업무 범위에 속하고,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 직무에 속하는 발명을 의미한다.

△'간주된 자유발명'=회사가 특허를 출원하기로 약속하고 종업원으로부터 승계받은 발명을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출원하지 않을 경우 회사 직무와 상관없이 종업원이 발명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발광다이오드는 전기를 통해 주면 전자가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특정 파장의 빛을 내는 화합물 반도체에 의해 만들어진 기본 소자로,적색 및 녹색 LED는 수십년 전 개발돼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돼 왔으나 청색과 순녹색 LED는 개발되지 못함으로써 천연색을 구현하지 못했다.

1990년대 들어 니치아화학의 나카무라팀이 질화갈륨을 이용한 청색 발광다이오드를 개발,램프 및 디스플레이 장치,광 메모리 장치 등에 적용했다.

나카무라 연구원은 직무발명 대가로 2만엔의 보상금을 받았으며 그러한 일본식 시스템에 실망해 일본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에 올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