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5세대'는 386세대와는 판이하다.

정치적으론 무관심을 드러내는 데 반해 경제적인 문제에 대단히 민감하다.

경제적 풍요가 싹튼 19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민주화가 자리잡기 시작한 90년대 이후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이념보다 현실,명분보다 합리,집단보다는 개성의 뚜렷한 성향을 보이는 게 이들 세대다.

물질적 '풍요'를 경험한 2635세대는 외환위기를 거쳐 청년실업 문제 등에 직면하며 경제관념으로 스스로를 무장하고 있다.

거리낌없이 돈을 화제로 삼고,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재(財)테크 활동을 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돈이 인생의 전부다. 인생의 주연이 되느냐,조연이 되느냐도 결국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류요한 웨딩칼럼니스트)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우선주의 풍조를 드러낸다.

경제적 풍요 속에 나고 자랐지만 외환위기 이후 실업문제 등 현실적 문제에 부닥친 이들 세대는 소비행태에서 이전 세대와 판이한 성향을 보인다.


◆명품마니아인 동시에 디지털 짠돌이들

여성동료들에게 곧잘 '베스트드레서'로 선정되는 서모 과장(34·남)은 넥타이 구두 등 일부 패션소품은 명품브랜드만 고집한다.

그렇다고 서 과장이 소위 말하는 '명품족'은 아니다.

양복 와이셔츠 등은 대부분 백화점 세일기간을 이용해 장만하고 평소 씀씀이를 꼼꼼히 기록해 동료들 사이에서는 '짠돌이'로 통한다.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황모 대리(28)는 또래 여성들과 달리 자동차 옷 화장품 등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황씨의 한 달 용돈이라야 교통카드 구입비를 포함해 10만원 남짓.약속이 없으면 점심도 도시락이나 편의점 레토르식품으로 때우기 일쑤다.

이런 황씨지만 1년에 두세 차례는 해외여행에 수백만원의 뭉칫돈을 쓴다.

이처럼 주관적 만족에 치중하는 소비행태를 '가치소비'라 부른다.

이들 세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브랜드 등 명품선호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절약을 미덕으로 여겼던 이전 386세대와 달리 2635세대는 소비를 '자기애(愛)를 실천하는 행위'로 합리화한다.

이들 세대의 자기애는 종종 '지름족'의 행태를 띠기도 한다.

가격이 비싸 평소에는 엄두도 못내던 물건을 과감히 '지르게(사게)' 된다는 뜻을 가진 지름족은 지난해 인터넷 검색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용어다.

반면 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곳에는 최대한 아끼는 '야누스'적 소비패턴도 2635세대의 특징으로 지적됐다.

2635세대의 47.3%가 "할인 쿠폰과 제휴카드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는 386세대(40.6%)를 앞지르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이 같은 소비패턴은 극단적으로 "가격 할인 쿠폰을 모아서 벤츠 타고 이마트에 간다"고 비유된다.

◆어중간한 상품들은 설 자리 잃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패턴은 비단 우리나라 2635세대만의 특징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감지되고 있다.

일본의 '일점 호화소비(一点 豪華消費)',미국의 '로케팅(Rocketing)' 트렌드는 고급품을 사고 싶은 소비 심리가 경제적 제약과 맞물려 등장한 용어로 가치소비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김익태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한 사람의 소비자가 돌출적인 소비와 절약이라는 두 가지 영역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것은 '평균적인 소비자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 평균적이고 어중간한 가격의 상품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기업들도 이 같은 소비트렌드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서는 2635세대 내 거대소비집단으로 부상한 싱글족이 기업 마케팅의 집중 타깃이 되기도 한다.

저가격이면서 고품질인 대중제품과 고가의 명품이 공존하는 시장,혹은 어정쩡한 가격대가 사라진 시장에서 기업들은 분명한 마케팅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성적 가치를 안겨줄 명품브랜드를 만들거나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주체로서 2635세대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들의 '가치 지향적' 소비패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손성태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