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5세대는 기성세대로부터 풍요를,386으로부터는 민주를 물려받은 세대다.

개성과 자기 중심주의로 무장한 채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를 표출할 줄 안다.

이들에게 진보냐,보수냐 하는 식의 담론은 큰 의미가 없다.

386과 달리 2635세대는 공동체적 사안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사상·이념 논의 자체가 '공동체'를 전제로 한 것이다.

대신 개인적인 이해관계에는 그 어느 세대보다 철저하다.

이들의 정치·사회적 특성은 '개인주의''현실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풍요 속에서 개인주의 배워

이러한 세대의 성향은 실증적 연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훈구 연세대 교수(심리학)가 최근 연세대생 131명과 이들의 부모 122명을 대상으로 '보수·급진 태도지수'를 조사한 결과 학생과 부모세대가 다 같이 보수편향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가장 급진적인 경우를 14로 놨을 때 대학생들의 지수는 4.65로 나타났다"며 "이는 부모세대의 3.89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들 세대는 외환위기 이전의 풍요 속에서 자라났다.

가정에서 한두명의 자녀에게만 쏟아부어진 부모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았다.

따라서 기성세대처럼 내키지 않는데도 자신의 몫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2635세대는 대다수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의 방'을 가져본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들이 독립적·개인적인 문화를 누리는 방법을 아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2635세대는 이미 민주화된 사회를 '선물'받았다.

386세대가 민주화 투쟁의 과정에서 국가중심적 규율에 맞서 싸우느라 어쩔 수 없이 집단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해외여행 자율화로 배낭여행 문화를 경험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90년대 후반부터 밀어닥친 세계화 조류도 영향을 줬다.

이런 세대 공통의 경험이 2635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태도를 만들어 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635세대의 모습은 성장 과정과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아주 어렸을 때부터 휴대폰과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PDG세대(2635의 다음 세대,즉 현재 19~25세)는 나중에 또 다른 세대 특성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위기(IMF관리체제) 거치며 현실주의 익혀

2635세대는 현실적이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IMF 관리 체제 하에 있을 때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했다.

풍요로운 성장기와 달리 대학문을 나온 이들에게는 변변한 일자리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한 청춘시트콤의 대사로도 등장했던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현실의 냉혹함을 배운 것이다.

용케 직장을 잡은 이들도 회사의 구조조정 태풍에 바로 윗세대 선배들이 조기 퇴직'당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커리어(경력)와 연봉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됐다.

잠자코 회사에만 충실한다고 회사가 자신을 키워주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2635세대 사이에선 '믿을 건 나뿐'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따라서 이들은 '회사인간(조직에 모든 것을 바쳐 충성하는 회사원)'이라기 보다는 '학원인간'들이다.

재테크에 몰두하는 시기도 빨라졌다.

40대 중반에 잘려나가는 선배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시기의 젊은 세대보다 크다.

'10억 만들기 열풍'의 진원지도 2635세대였다.

사회 이슈 중 경제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세대의 특징이다.

반면 정치에는 무관심하다.

386세대가 '투쟁'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면 이들은 취업을 걱정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이세진 제일기획 연구위원은 "2635세대에겐 시대적 억압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좋아진 것도 없다"며 "따라서 정치적 허무주의 속에 어떤 이념에 휩쓸리기보다는 각각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정치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2002년 '미선·효순양 사건' 때 보여줬던 이들의 촛불시위 열풍도 386의 정치적 목적의 시위(데모)와는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권업 계명대 교수는 "이들은 시위도 일종의 페스티벌처럼 전개하는 새로운 참여문화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