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5일 중국 IT(정보기술) 산업의 중심지인 베이징 중관춘 과학기술무역광장에서 특이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 참석자는 레노버 팡정 신랑 바이두 징둥팡 중싱과 같은 중국 일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

이들이 읽은 결의문 제목은 '자주창신 산업보국(自主創新 産業報國)'이었다.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100여개 기업들은 '독자적인 연구·개발로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에는 'V815'라는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승리를 뜻하는 'V'와 항일 전쟁에서 승리한 '8월15일'을 합쳐 만든 것이다.

브랜드 이름에서 중국 산업계와 기업인들의 숙원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의 공장' '제조업 왕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경제의 스타로 떠오른 중국.그러나 그 화려한 명성 뒤에서 중국 기업인들이 왜 이렇게 절치부심하는가.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DVD의 1대당 평균 수출 가격은 32달러인데 이 중 생산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3달러이고 18달러는 외국에 로열티로 지급한다.

중국이 DVD 1대를 수출해서 얻는 수익은 1달러에 불과하다.

의류·신발·가전 등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제품도 중국 고유 브랜드는 10~1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이거나 가공무역 방식인 게 중국의 현주소다.

최고경영자들의 8·15 결의대회는 중국에서 만든 것(made in China)을 중국이 만든 것(made by China)으로 바꿔나가려는 국가적 목표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