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2005년 12월26일자 A1면 브리핑

2005년이 끝나는 오는 31일 그리니치 표준시(GMT) 23시59분59초(한국시간 2006년 1월1일 오전 8시59분59초)를 기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협정세계시(UTC)에 1초를 더하는 윤초(閏秒)가 실시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정밀한 시계인 원자시계를 지구의 자전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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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은 국제지구자전국(IERS·International Earth Rotation Service)의 통보에 따라 한국표준시(KST)로 새해 1월1일 오전 9시에 양(+)의 윤초를 실시했다.

2006년 1월1일 08시59분59초와 09시00분 00초 사이에 08시59분60초를 삽입한 것.따라서 윤초 실시 이전의 09시00분01초가 09시 정각이 됐다.

그리고 08시59분 정각과 09시 정각 사이의 시간 간격은 61초가 되어 이전보다 1초 길어졌다.

윤초는 1972년 IERS에 의해 처음 실시된 이래 72년에는 6월,12월 2회에 걸쳐 윤초가 삽입되었으며 73년부터 79년까지는 해마다 12월 말 윤초를 넣었다.

그후 81·82·83·85·92·93·94·97년에는 6월 말에,87·89·90·95·98년에는 12월 말 각각 윤초가 들어갔다.

이번 윤초는 한국시간으로 99년 1월1일 이후 7년 만에 실시된 것이다.

◆윤초는 원자시와 천문시 사이의 차이를 보정하는 것

시간(천문시)은 지구 자전과 공전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그런데 지구 자전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기 때문에 원자시계를 이용해 측정한 원자시와 천문시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며,이를 보완하기 위해 윤초를 실시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1967년 '1초'를 '세슘원자에서 방출된 빛이 91억9263만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정의한 뒤 세슘원자의 진동 수를 이용한 원자시계를 개발했다.

원자시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정확하지만 지구 자전이 약간씩 불규칙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지구 자전시간과 원자시계의 시간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지구 자전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를 사용한다.

이때 관측 가능한 가장 먼 천체인 퀘이사(quasar)를 이용해 지구 자전의 변화량을 감지하며 자전과 원자 시간의 차이를 보정하게 된다.

만약 자전이 느려서 원자시계가 지구 자전보다 1초 빨라지면 12월31일 밤 지구의 자전 속도에 맞춰 23시59분59초에서 0시0분0초로 넘어가기 직전 23시59분60초를 삽입해 1초를 늘리게 된다.

이와 반대로 지구의 자전이 빨라지면 원자시계에서 58초 이후 59초를 삭제하고 0초를 만들어 1초를 빼는 '음(-)의 윤초(negative leap second)'를 실시한다.

◆세계협정시와 세계시 차이 0.9초 내 유지

1960년 이전에는 평균태양일을 기준으로 한 '평균태양초'(1일=24시간,1시간=60분,1분=60초·1일=8만6400초)가 쓰였으며 67년까지는 좀 더 정밀한 '역표초'가 사용됐다.

국제천문연맹(IAU)은 67년 세슘원자시계에 기본을 둔 '원자초'를 새로운 시간 단위로 채택했으며 이때부터 '원자시'(Atomic Time)가 사용됐다.

그러나 원자시는 세슘원자의 진동 수를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에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시간(지구자전을 기본으로 한 것)과 차이가 나게 된다.

이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지구자전의 주기 측정을 통해 그 차이를 보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법으로 결정한 시간을 세계시(UT1)라고 부르며 IERS가 이를 결정한다.

현재 국제적으로 사용 중인 세계협정시(UTC)는 세계시 1972년 1월1일 0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원자시와는 정수 배만큼의 차이가 나고,UT1과는 0.9초 이내로 그 차이가 유지된다.

IERS는 UT1과 UTC의 차이가 0.9초 이상 나게 될 경우 UTC에 1초를 더하거나 빼주는 윤초를 실시한다.

◆윤초 무시하다간 엄청난 피해 입을 수도

지구의 자전은 달이 지구에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힘인 조석력으로 인해 느려지게 되므로 양의 윤초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번 윤초가 실시된 1999년까지 모두 23초가 추가됐으며 빼기 윤초가 적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지난 99년 이래 6년 동안 윤초가 필요 없었다는 것은 지구 자전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윤초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통신 항해 항공관제시스템 국제금용시장을 연결하는 컴퓨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 뱅킹을 사용,결제할 때 돈을 송금한 시간과 받은 시간이 서로 다를 경우 부도 처리 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표준시에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윤초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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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평균태양초=시간 단위인 초는 원래 평균태양일의 8만6400분의 1로 정의됐었다.

하지만 지구 자전 속도가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계산법으로는 시간의 단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역표초(Ephemeris Second)=초는 역표시로 1900년 1월1일 0시에 대한 태양년의 31556925.9747분의 1이라는 것이다.

1태양년은 약 3155만6926초가 된다는 의미다.

또한 하루가 8만6400초이므로 1년은 약 365.2422일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측정에 보통 수년이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윤년=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위치와 달력의 날짜를 일치시키기 위해 4년마다 2월 마지막 날에 하루를 추가하는 것이다.

△세계시(Universal Time;UT1)=그리니치 자오선의 평균시를 말하며 세계 각 지방시와 표준시는 이것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국제천문연맹은 1925년 1월1일부터 그리니치 평균천문시의 시간 체계를 12시간 앞당겨 밤 12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개정하였으며,1928년 용어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이를 세계시로 이름 붙였다.

△세계협정시(UTC;Coordinated Universal Time)=세계협정시는 세계시(UT1)의 1972년 1월1일 0시를 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원자시'와 '원자초'를 적용,시각 및 시간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