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발견이나 논문에 대한 조작사건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이미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와 있다.학자적 양심에 따라 논문을 쓰는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달리 일부 과학자들은 과도한 명예욕을 떨쳐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과학적 발견이나 논문의 조작 비밀이 드러나게 되는 것은 대개 관련 분야 과학자들의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여러 과학자들이 조작된 논문에 기술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했는데도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때 의혹을 제기한다.때로는 이번 황우석 교수 사례에서 처럼 논문 데이터에 허점이 있어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세계 과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논문 조작사건들을 살펴보자.


◆쇤 연구원=미국 벨연구소의 얀 헨드리크 쇤은 2001년 분자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일약 스타 과학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과학계는 그의 데이터가 너무 완벽하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다른 온도 조건에서 실시한 두 가지 실험에서 조금이라도 다르게 나와야 할 일부 데이터가 정확히 일치,더욱 의혹을 받았다.

벨연구소는 2002년 5월 맬컴 비즐리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사건 조사를 맡겼고 조사위원회는 4개월간의 검증을 통해 최소한 16개의 부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벨연구소는 이 보고를 받은 날 쇤 연구원을 해고했다.

사이언스지는 쇤 연구원의 8개 논문을,네이처지는 7개 논문을 취소했다.

손 연구원은 지난해 박사 학위도 박탈당했다.

쇤은 데이터의 오류는 인정했으나 분자 규모의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여러 연구진에 의한 실험 재현은 모두 실패했다.

◆파레이스 교수=미국 MIT의 루크 반 파레이스 생물학과 교수는 지난 10월 연구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파면당했다.

그는 면역체계의 기능과 리보핵산 간섭(RNAi)에 관한 논문을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에 20편가량 실은 저명 과학자다.

그는 자신이 속한 연구센터 연구자들로부터 과학적 부정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은 후 학교측의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논문 하나와 몇몇 글,연구제안서에 쓰인 결과를 조작했다"고 자백했다.

◆다이라 교수=일본 도쿄대 화학생명공학과의 다이라 가즈나리 교수는 유전자 기능 분석에 관한 논문 4편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도쿄대는 지난 4월 일본리보핵산학회의 요청에 따라 다이라 교수의 논문에 대해 내부조사를 수행,9월13일 실험 결과를 수록한 노트와 데이터가 없고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도 조사위원회를 가동,검토에 들어가 있다.

◆후지무라 단장=2000년 일본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가 몰래 구석기 시대 유물을 땅에 묻는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돼 전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일본 고고학계의 영웅이었던 그가 그동안 미리 유물을 땅에 숨겨두고는 발굴한 것처럼 속였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그는 미야기현 가미타카모리 유적발굴 조사단장으로 1993년부터 40만년 전,50만년 전,60만년 전의 석기를 잇따라 발굴하면서 일본 열도의 인류 역사를 기존의 7만∼5만년 전에서 무려 7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의 명예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