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논문 조작 사태는 근래에 보기 드문 '과학 스캔들'이다.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하지만 이번 사태는 '과학자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정치가의 윤리,기업가의 윤리가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은 많지만 이번처럼 과학자의 윤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나큰 파장을 낳은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나.이를 통제할 수 있는 윤리의 한계는 어디일까.

◆과학자와 윤리

과학자에게 드리워지는 윤리의 잣대는 대개 두 가지를 대상으로 한다.

과학 연구의 '과정'과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위해 연구하느냐가 윤리 문제의 초점이다.

황 교수는 논문을 서둘러 발표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적 과학잡지에 논문을 싣는다는 것은 과학자로서 대단한 영예다.

황 교수를 비롯해 논문 조작의 오명을 쓴 상당수 과학자들이 데이터 조작이라는 수단까지 사용한 것은 바로 이 같은 학자로서의 성취를 위해서다.

이 경우 과학자는 사회적 비난을 받음은 물론이고 과학계로부터 퇴출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원자폭탄으로 전쟁에 이기게 될 것을 염려해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미국이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가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본 뒤 이를 크게 후회했다고 하지만 원자폭탄 개발을 앞당긴 것만은 사실이다.

그를 포함한 원자폭탄 개발자들은 과학의 남용이라는 윤리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과학 연구의 '목적'이나 '결과'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인간복제를 연구하는 극소수 과학자들이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도 바로 그 목적 때문이다.

◆과학자의 자유와 한계

태고 이래로 과학 발달을 이끈 원동력은 '자유로운 창의적 연구 욕구와 호기심'이었다.

비록 현대사회에선 상업화를 위한 과학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창조 욕구는 여전히 과학의 강력한 힘이다.

상대성 이론의 발견,반도체의 개발은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려는 과학자들의 창의적 고뇌로부터 나왔다.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은 국가의 위상을 좌우할 정도로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에 미치는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만큼이나 과학자를 향한 사회의 윤리적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 자유가 무한정 보장되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J 브로노프스키가 "과학 연구활동은 윤리 행위"라고 정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 복제를 가능토록 하는 생명과학 기술,인터넷을 통해 타인의 정보를 도용하는 정보기술 등은 과학적 윤리관에서 넘지 말아야 할 한계선이다.

논문 조작은 보편적인 사회적 윤리관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과학자의 자유와 한계는 모두 중요하다.

과학 연구는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는 필요하다.

과학계에서의 윤리검증 시스템과 사회 테두리에서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은 그래서 중요하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