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중국의 약진

"일본의 발전은 빠르다. 한국의 발전은 더욱 빠르다. 하지만 중국의 발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중국의 부상은 희망이자 두려움이다."

중국이 작년 말 2004년도 경제 규모가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는 수정치를 발표하자 미국의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중국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은 더 이상 '덩치 큰 약골'이 아니다.여러 분야에서 미국에 맞서는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2004년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달러로 세계 6위이며,중국 경제권에 포섭된 홍콩을 포함하면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이 작년(9.4% 추정)보다는 낮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8%의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경제 대국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당초 예상보다 5년 정도 빠른 2035년께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의 힘은 올해 위안화(중국의 화폐) 강세로 다시 한 번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 성장을 감안해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금융회사인 JP모건은 위안화 가치가 올해 13%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적 파워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산둥반도 해역에서 러시아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미·일동맹에 대항하는 중·러군사동맹 가능성을 열었다.

◆주목받는 '넥스트 11'

세계적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는 5년 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예견했고 이 같은 분석은 그대로 적중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넥스트 11'(Next 11),즉 차세대 11개국을 주목하라고 밝혔다.

넥스트 11에 포함된 나라는 한국과 터키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이다. 나라의 크기는 브릭스에 비해 작지만 경제성장률은 4~8%대(2004년 기준)로 결코 무시못할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한국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번창할 기회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넥스트 11에 포함된 어떤 국가보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 주가가 가장 저평가된 나라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다만 이 같은 잠재력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외환위기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며 외국자본에 대해 합리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부활하는 일본 경제

일본 경제에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 '10년의 황금기'가 올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 데 이어 다이아몬드도 신년 특집호에서 '황금의 3년 총예측'이라는 제목으로 세계가 일본 경제를 주목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올해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회사가 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이 같은 낙관적 분위기를 대변하는 단적인 사례다.

도요타는 올해 사업계획을 통해 자회사인 다이하츠와 히노자동차를 포함해 그룹 전체적으로 90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GM의 올해 생산대수는 판매 부진과 수익 악화로 900만대를 밑돌 것으로 도요타측은 예측했다.

나라 전체적으로도 전망이 밝다. 가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경제조사 부장은 "2006년 경제성장률은 정부가 예측한 1.9%를 넘는 2.4%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증시 활황도 계속될 전망이다. 상장사들은 2006 회계연도에 5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거둘 게 확실시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2008년까지 닛케이평균주가가 2만엔을 돌파할 것이라고 점쳤다. 현재 닛케이평균주가는 1만60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경제 부활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올해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가 제로(0)금리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경기 회복으로 일본인들이 해외 투자에 나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엔화 약세의 한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신사 참배 등으로 불거진 한국 및 중국과의 갈등 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아시아에서 일본의 정치적 영향력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갈라진' 유럽은 어디로…

국가 간 갈등과 국내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올해 유럽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유럽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를 보냈다. 무엇보다 유럽통합의 꿈이 사실상 중단됐다. 작년 4월 프랑스,6월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헌법이 부결됐고 영국은 그 충격으로 국민투표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EU의 주도권을 둘러싼 독일 프랑스 영국의 마찰,터키의 EU 가입 승인에 대한 갈등도 해결되지 않았다.

2007~2013년 예산안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아직은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 보인다. 최근에는 잘 사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회원국)만 모여 유럽합중국을 만들자는 분할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랑스에선 인종갈등이 곪아 터졌다. 작년 10월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발생한 북아프리카계 저소득층 이민 청소년들의 방화 시위는 이민과 인종 갈등,사회 통합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앞서 7월에는 영국 런던 시내 지하철에서 아침 출근길 시민들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9·11테러 이후 4년 만에 52명이 숨진 이 사건은 특히 범인들이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평범한 이슬람 2세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