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는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었다.
사립학교들은 사학법 통과에 반대해 憲法裁判所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2006학년도 신입생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도대체 사립학교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학교 운영자들이 신입생까지 안 받는다는 것일까.
◆사립학교 경영권 대폭 축소
사학법 개정안은 사립학교 이사진 7명 중 개방형 이사를 4분의 1 이상으로 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공적 재산이고 운영비의 대부분이 국가 지원금과 등록금에 의존하므로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사학 운영에 반영돼야 한다는 게 사학법 개정의 배경이다.
개방형 이사는 학교운영위원회가 2배수로 추천하고 이 가운데 이사회가 최종 選任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번 사학법 개정안에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 외에 사학의 내부 감사기능을 强化하기 위해 학교법인에 두는 감사 1명을 학교운영위가 추천한 인사로 임명하고,위법행위를 한 사학 임원에 대한 승인취소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이 밖에도 사학의 입지를 좁히는 내용을 다수 담고 있다.
일단 親族이사의 비율이 현행 '이사 정수 3분의 1' 이내에서 '4분의 1' 이내로 줄어들었다.
또 교원인사위원회나 교원징계위원회 구성에서도 교사 또는 교수회가 추천하는 인사가 3분의 1 이상 참여하도록 규정,인사와 징계에서 이사장의 입김을 최소화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가 사학의 운영에 참여하게 되면 사학의 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이사회가 견지하는 建學이념이 학부모 및 교원들의 의견과 충돌하는 경우도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종교 관련 사학들이 긴장하고 있다.
개방형 이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내세워 종교 관련 활동을 축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연합회 관계자는 "개방형 이사 2명이 들어온다고 이사회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모의 힘을 등에 업은 교사들이 숫자를 앞세워 집단으로 反撥할 경우 사학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학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직원 노조가 이사회의 경영에 상당부분 介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리사학 막아야 한다'vs'초가삼간 다 태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이유는 비리사학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다.
학교 운영을 위한 정책결정을 하는 이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친인척 등 이사장 側近으로 구성돼 있어 비리를 보고도 默認하기 때문에 사립학교 이사장이 학교의 재산을 빼돌리는 등의 사학 비리가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다.
만일 법으로 학교 운영을 위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일부를 외부인으로 하면 이사장의 專橫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게 정부의 주장이다.
사립학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건학이념에 반하는 인사가 개방형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개방형 이사의 조건을 사립학교가 定款을 통해 정할 수 있게 돼 있는데다 2배로 추천한 인사들 중 개방형 이사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학단체들은 "비리사학을 견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헌법에 맞지 않다고 지난달 28일 소송을 제기한 '헌법포럼'의 상임대표인 이석연 변호사는 "현행법에도 비리사학에 대해 교육부가 임시이사 파견권,학교폐쇄권까지 가지고 있어 비리사학을 충분히 단속할 수 있는데도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의사결정 지배권을 바꾸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개방형 이사제 등 사학법에 신설된 제도들의 상당수가 사학의 自律性과 '사적자치 우선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쟁점은 무엇인가
양측 의견충돌의 핵심은 결국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별도의 법적 장치를 둘 필요가 있느냐'에 있다.
이 문제는 사학법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제기된다.
아내와 자식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남편이 많다고 치자.이를 근절하기 위해 폭행과 관련된 법 이외에 추가로 가정마다 감시자 역할을 하는 公益가족을 파견하는 법을 만들면 일반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 때문에 사적 영역인 가정에 감시자를 두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반대의 논거 중 하나다.
사립학교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비리를 이유로 사립학교라는 사적인 영역을 근본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학법에 찬성하는 단체들은 "공공성이 담보될 경우 사적인 영역의 규제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개방형 이사제가 違憲이라면 일반기업의 사외이사제도 위헌이고 그린벨트도,건물 고도제한도 모두 위헌이다.
이 모두가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률로써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글 독자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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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읽기
ㆍ憲法裁判所(헌법재판소)
ㆍ選任(선임)
ㆍ强化(강화)
ㆍ親族(친족)
ㆍ建學(건학)
ㆍ反撥(반발)
ㆍ介入(개입)
ㆍ側近(측근)
ㆍ默認(묵인)
ㆍ專橫(전횡)
ㆍ定款(정관)
ㆍ自律性(자율성)
ㆍ公益(공익)
ㆍ違憲(위헌)
사립학교들은 사학법 통과에 반대해 憲法裁判所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2006학년도 신입생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도대체 사립학교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학교 운영자들이 신입생까지 안 받는다는 것일까.
◆사립학교 경영권 대폭 축소
사학법 개정안은 사립학교 이사진 7명 중 개방형 이사를 4분의 1 이상으로 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공적 재산이고 운영비의 대부분이 국가 지원금과 등록금에 의존하므로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사학 운영에 반영돼야 한다는 게 사학법 개정의 배경이다.
개방형 이사는 학교운영위원회가 2배수로 추천하고 이 가운데 이사회가 최종 選任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번 사학법 개정안에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 외에 사학의 내부 감사기능을 强化하기 위해 학교법인에 두는 감사 1명을 학교운영위가 추천한 인사로 임명하고,위법행위를 한 사학 임원에 대한 승인취소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이 밖에도 사학의 입지를 좁히는 내용을 다수 담고 있다.
일단 親族이사의 비율이 현행 '이사 정수 3분의 1' 이내에서 '4분의 1' 이내로 줄어들었다.
또 교원인사위원회나 교원징계위원회 구성에서도 교사 또는 교수회가 추천하는 인사가 3분의 1 이상 참여하도록 규정,인사와 징계에서 이사장의 입김을 최소화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가 사학의 운영에 참여하게 되면 사학의 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이사회가 견지하는 建學이념이 학부모 및 교원들의 의견과 충돌하는 경우도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종교 관련 사학들이 긴장하고 있다.
개방형 이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내세워 종교 관련 활동을 축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연합회 관계자는 "개방형 이사 2명이 들어온다고 이사회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모의 힘을 등에 업은 교사들이 숫자를 앞세워 집단으로 反撥할 경우 사학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학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직원 노조가 이사회의 경영에 상당부분 介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리사학 막아야 한다'vs'초가삼간 다 태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이유는 비리사학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다.
학교 운영을 위한 정책결정을 하는 이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친인척 등 이사장 側近으로 구성돼 있어 비리를 보고도 默認하기 때문에 사립학교 이사장이 학교의 재산을 빼돌리는 등의 사학 비리가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다.
만일 법으로 학교 운영을 위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일부를 외부인으로 하면 이사장의 專橫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게 정부의 주장이다.
사립학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건학이념에 반하는 인사가 개방형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개방형 이사의 조건을 사립학교가 定款을 통해 정할 수 있게 돼 있는데다 2배로 추천한 인사들 중 개방형 이사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학단체들은 "비리사학을 견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헌법에 맞지 않다고 지난달 28일 소송을 제기한 '헌법포럼'의 상임대표인 이석연 변호사는 "현행법에도 비리사학에 대해 교육부가 임시이사 파견권,학교폐쇄권까지 가지고 있어 비리사학을 충분히 단속할 수 있는데도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의사결정 지배권을 바꾸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개방형 이사제 등 사학법에 신설된 제도들의 상당수가 사학의 自律性과 '사적자치 우선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쟁점은 무엇인가
양측 의견충돌의 핵심은 결국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별도의 법적 장치를 둘 필요가 있느냐'에 있다.
이 문제는 사학법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제기된다.
아내와 자식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남편이 많다고 치자.이를 근절하기 위해 폭행과 관련된 법 이외에 추가로 가정마다 감시자 역할을 하는 公益가족을 파견하는 법을 만들면 일반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 때문에 사적 영역인 가정에 감시자를 두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반대의 논거 중 하나다.
사립학교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비리를 이유로 사립학교라는 사적인 영역을 근본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학법에 찬성하는 단체들은 "공공성이 담보될 경우 사적인 영역의 규제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개방형 이사제가 違憲이라면 일반기업의 사외이사제도 위헌이고 그린벨트도,건물 고도제한도 모두 위헌이다.
이 모두가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률로써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글 독자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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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읽기
ㆍ憲法裁判所(헌법재판소)
ㆍ選任(선임)
ㆍ强化(강화)
ㆍ親族(친족)
ㆍ建學(건학)
ㆍ反撥(반발)
ㆍ介入(개입)
ㆍ側近(측근)
ㆍ默認(묵인)
ㆍ專橫(전횡)
ㆍ定款(정관)
ㆍ自律性(자율성)
ㆍ公益(공익)
ㆍ違憲(위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