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는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경악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작년 황우석 교수가 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떠올렸던 앤디 워홀의 말이다.

나는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정녕 국민들의 잘못은 없는가? PD수첩은 취재윤리를 지키지 않았으니 못된 놈이고,황 교수는 조작된 논문을 발표해 세계인과 국민들을 속였으니 사기꾼이며,청와대는 사태를 제때 파악하지 못했으니 무능하다고 말하는 국민들은 그저 선량할 따름인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바뀌는 국민들의 태도를 다시 짚어보자.황 교수의 논문이 발표되자 국민들은 열광했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은 바이오테크 분야의 경제성을 논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에 유전자 관련 산업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세계 유명 언론 기사 중 윤리성 관련 우려에 관한 내용의 인용은 슬며시 회피하고,연구 성과에 대한 찬사만 인용해 집중 보도했다.

그리고 2005년 겨울,PD수첩의 첫 보도가 나오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PD수첩의 두 번째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나서부터는 국민들의 태도는 급변한다.

다음 날 모든 언론에서는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진위여부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직장에서,학교에서 황 교수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황 교수 팬카페가 순식간에 누리꾼들의 가입을 받아낸 것처럼,PD수첩 팬카페가 화제의 카페 자리에 등극한다.

사태의 성격상 국민들의 일변하는 태도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국민들의 태도 변함에 있어 신념 문제와 그 사건들 뒤에 숨어 있는 요소들에 대한 무관심에 의문을 제기할 뿐이다.

국민들은 과연 그들의 의견이 이성적인지,황 교수의 발표와 더불어 과학자 치고는 드문 활발한 대외활동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는지,그리고 황 교수의 연구 자체에 대한 논의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과학은 실생활에 유용한 학문이고,그 과학은 인도적인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민들은 유전과학을 학문 이전에 하나의 부국강병의 길로 안내해 줄 산업으로 취급했던 것은 아닌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기초과학 분야가 획기적인 연구 성과 발표 전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가 이뤄진다는 것을 간과하고,황 교수를 과학자보다는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 영웅으로 바라보면서 그의 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나 그 진위에 대해 무관심했던 우민(愚民)은 아니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마주연 생글기자 blackcat070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