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후진국에 대한 偏見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우리의 머리 속에는 다음과 같은 圖式이 있을지 모른다. 화살표의 방향이 한 쪽을 가리키고 있다. 그것은 인류 사회가 전근대에서 근대 사회로 진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는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발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과거 농경 사회의 모습에서 지금의 산업· 정보화 사회로 변화한 것은 엄청난 발전이라고 평가한다.


농경 사회 수준에 있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덜 발전된 국가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評價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전근대 사회에 속한 국가들과 연결시킨다.


미신, 불결, 권위주의적 정부 형태 또는 비민주적 정부, 독재 정부, 무질서, 불규칙성, 비합리성, 비이성, 비효율성, 비민주성, 비과학 등


이 단어들은 전근대 사회에 대해 우리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산업 사회 혹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을 우리는 선진국이라 부른다. 이러한 선진국을 떠올릴 때 우리들은 보통 다음의 단어들을 함께 聯想한다.


민주주의, 이성, 합리성, 효율성, 질서, 과학 등


우리들은 이러한 단어들을 긍정적인 것 혹은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한다. 결국 근대 사회로 진입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사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생각을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첫째, 우리의 이러한 인식이 과연 올바른 인식인가?

과거 조선시대나 고려시대는 나름대로 규칙과 질서가 존재하는 사회였다. 일정한 원리에 의해서 국가가 운영되고 사회가 유지되었다. 무엇보다 합리적이라고 했을 때 합리성이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문화 사대주의다.

타로점을 치는 유럽인이나 사주를 따지는 우리나라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고 더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근대를 합리적이고 더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서구인들이 심어준 幻想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 있다.

歷史를 돌아보건대, 서구인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침략하면서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이 바로 발전한 서구가 발전하지 못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계도하고 계몽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구인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가르쳐 주었다기보다는 침략했을 뿐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그러면 '발전'의 기준이 무엇인가?

산업 사회가 농경 사회보다 발전했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발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단순히 경제적 부를 척도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물질적 豊饒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또한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 혹은 더 많은 사람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사회가 현재의 우리의 관념으로 좋은 사회임에 틀림없지만 미국인이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하다는 근거는 불확실하다. 혹자는 발전은 없고 變化만 있다고 말한다.

미국과 한국은 발전된 국가, 발전하지 못한 국가가 아니라 단지 다른 국가일 뿐이다. '근대=발전, 전근대=미개'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문제는 이런 관념을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受容했다는 것이다. 논술은 비판이다. 당연한 것을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 논술이다.

이석록 원장 stonelee@megastud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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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읽기

遍見(편견)
圖式(도식)
評價(평가)
聯想(연상)
苦悶(고민)
幻想(환상)
歷史(역사)
豊饒(풍요)
變化(변화)
受容(수용)


< 생각 플러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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