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논의 WTO 6차각료회의 홍콩에서 폐막 ‥ 관세인하 등 대립

농산품과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 개방,개발도상국 지원을 논의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6차 각료회의가 지난주 홍콩에서 폐막됐다.


이번 협상은 核心의제였던 시장 개방 방식에 대해서는 논의도 못한 채 끝났다. 하지만 농산물과 비농산물(NAMA) 분야에서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해냄으로써 DDA 협상의 명맥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회의 기간 중 WTO 반대 示威를 주도했던 한국 시위대는 시위 과정에서 11명이 기소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업협상 미미한 진전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은 농산물 협상이었다.


회의 직전까지 미국 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국은 수출보조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지급하는 EU에 보조금을 철폐하라고 압박했고 EU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다. 또 브라질 등 농산물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은 농산물 협상에서 큰 폭의 시장개방을 얻어내지 못하면 공산품 분야에서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었다.


각료회의는 일주일간의 밀고당기는 회의 끝에 폐막일인 지난 18일 밤에 가서야 합의에 도달,閣僚선언문을 공표할 수 있었다.


선언문에서 선진국들은 2013년까지 농산물을 수출할 때 국가가 지원해 주는 補助金을 없애기로 명기했다. 또 EU는 2010년까지 최대한 앞당겨 수출보조금 철폐를 위해 노력하고 캐나다 호주 등 다른 나라들도 정부의 수출신용 제공이나 국영기업 수출 등을 통한 간접보조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한국 농업의 이해가 걸려 있는 현안에 대한 합의도 도출했다. 우선 각국별로 일정한 수의 민감품목을 지정해 관세를 덜 내릴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DDA 협상은 關稅인하와 관세撤廢를 위한 협상이기 때문에 민감품목으로 지정되면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100% 이상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 농산품이 상당수에 달해 이 조항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WTO는 이런 예외를 인정할 경우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양을 늘리도록 합의한 바 있어 한국 농업의 일정한 양보는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들에 대해서는 특별품목을 인정해 주고 특별수입제한조치 도입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물론 개도국의 농업을 보호해주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 그러나 향후 협상을 통해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편 공산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비농산물(NAMA )부문에서는 관세가 높은 품목의 관세를 더 많이 떨어뜨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스위스 공식)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광범위한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아니면 예외없이 관세를 크게 내리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개발도상국 부상으로 어려워진 협상 타결


농업협상의 미미한 진전이 있었지만 이번 회의는 향후 WTO 체제가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그동안 WTO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약간의 특혜를 베푸는 방식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발전의 성과를 내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이 연합해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003년 칸쿤 회의에서 예고된 개발도상국들의 세력화는 이번 회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최빈개도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끈질긴 협상 끝에 선진국들로부터 원칙적으로 수출물품에 대해 무관세 무쿼터 惠澤을 제공받기로 했다. 또 개도국은 농업분야에서 특별품목을 지정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그러나 브라질 등이 주축이 된 농산물 수출국 그룹인 G20은 '농산물 분야에서 상당한 양보를 얻지 못하면 공산품 분야에서 협상진전도 이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협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WTO는 내년 4월 말까지 구체적인 관세감축 방식에 대한 합의를 거쳐,7월 말 각국이 관세감축 계획을 제출한 후 협상을 연말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협상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한국 농민시위 후유증


WTO 각료회의 기간 내내 평화적 시위로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한국 농민시위대는 지난 17일 오후 격렬한 시위 끝에 1000여명이 홍콩 경찰에 연행됨으로써 오점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500명의 한국 시위대는 WTO 회의기간(13~18일) 내내 언론의 초점이 됐다.


홍콩 언론들은 WTO 회의보다 이들의 시위를 더 크게 보도할 정도였다. 한국 시위대는 주초 홍콩 경찰의 우려와 달리 평화시위를 벌이면서 홍콩시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일 연좌시위,가두행진,해상시위,3보1배까지 다양한 평화 시위방식을 선보였다.


WTO 반대시위를 주도한 한국 농민들의 주장은 "한 국가의 주식인 쌀 등을 무역자유화의 대상으로 취급할 수 없다. 이는 인권과 기본권 차원에서 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17일 시위대 일부가 맨손으로 경찰의 저지선을 돌파해 회의 장소인 홍콩컨벤션센터 직전에 이르자 홍콩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 鎭壓에 들어갔고,이에 가드레일을 뜯어 휘두르는 시위대와 격렬한 衝突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흔히 보아온 일이었지만 60년대 이후 최루탄조차 등장한 적이 없는 홍콩인들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결국 시위 끝에 1000여명의 시위대가 전원 連行되고 말았다.


홍콩 영사관 관계자는 "그동안 한류로 높아졌던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들도 시위가 폭력으로 번지자 '暴徒'로 규정하는 등 일제히 비판적 논조로 돌아서 이 같은 憂慮는 현실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준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unyk@hankyung.com


====================================================


■ 한자읽기


ㆍ核心 (핵심)


ㆍ示威 (시위)


ㆍ閣僚 (각료)


ㆍ補助金 (보조금)


ㆍ關稅 (관세)


ㆍ撤廢 (철폐)


ㆍ惠澤 (혜택)


ㆍ鎭壓 (진압)


ㆍ衝突 (충돌)


ㆍ連行 (연행)


ㆍ暴徒 (폭도)


ㆍ憂慮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