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2월8일자 A16면

인도가 '인공태양'을 만들기 위한 핵융합 에너지연구개발사업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7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EU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 ITER 참가 6개국 대표단은 지난 6일부터 제주에서 수석대표 회의를 갖고 인도의 ITER 회원 가입을 정식 승인했다.

최석식 과기부 차관이 주재한 이번 회의에서는 이 밖에 ITER 공동이행협정 문안 및 국가별 조달품목 분배 방안을 최종 마무리지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참여국의 서명과 국회 비준을 거쳐 2007년 초 공식 ITER 국제기구가 설립되며 공동 연구가 시작된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

원자핵과 원자핵이 결합하는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등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핵융합에너지 연구를 위해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들 7개 국가는 핵융합 에너지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핵융합로를 설계한 데 이어 프랑스 카다라슈를 실험로 건설 후보지로 선정하는 등 핵융합 에너지생산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핵융합은 에너지원의 마지막 대안

핵에너지는 원자핵이 합쳐지거나(핵융합),붕괴되는(핵분열) 두 가지 물리적 반응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D) 삼중수소(T) 같은 가벼운 원소의 핵이 서로 결합해 헬륨(He)처럼 좀더 무거운 원소핵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핵융합반응이다.

핵융합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폭발에 이르게 하면 수소폭탄이 되고,제어된 방법에 의해 원자력발전처럼 에너지화하면 핵융합발전이다. 핵융합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바닷물에 들어있는 중수소 삼중수소 등 원료 1g으로 석유 8t에 해당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핵융합 반응의 원료인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한 개 더 결합된 원소로서 바닷물의 약 0.015%를 차지하고 있다. 바닷물에서 중수소를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으므로 핵융합은 화석에너지의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처럼 탄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을 일으키거나 원자력발전소처럼 방사능 핵폐기물을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핵융합로는 열효율이 뛰어난 발전소로 개량할 수 있으며 고온의 열원이나 고속의 중성자원으로 사용해 수소연료나 핵분열발전의 연료 등을 생산해 낼 수도 있다. 만약 상온 핵융합이 실용화된다면 오염 없는 청정에너지를 거의 무한정으로 확보할 수 있는 등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마디로 에너지원의 마지막 대안이라 할 만하다.

◆국제핵융합실험로 2015년에 완공

지난 1938년 '태양의 에너지원은 핵융합 반응'이라는 사실이 규명되면서 각국은 핵융합연구에 나섰다. 러시아(옛 소련)는 1968년 처음으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100분의 1초 이상 가두는 '토카막' 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90년대부터 미국의 '토카막 핵융합 실험로(TFTR)',일본의 'JT-60U 토카막',유럽연합의 '유럽 공동연구 토러스(JET)' 등 대형 장치들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핵융합발전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에너지 증폭률(Q)을 10 이상으로 높이고 500㎿급 핵융합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내건 ITER프로젝트를 지난 88년부터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는 2001년까지 이미 15억달러를 투자해 핵융합 실험로의 공학적 설계(EDA)를 완료했으며,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2015년에 이를 완공할 계획이다.

◆한국도 2007년에 핵융합연구장치 준공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까지만 해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한빛장치),한국원자력연구원(KKT-1),한국과학기술원(KAIST 토카막),서울대(SNUT-79) 등 4 곳에서 소형 핵융합 연구장치를 연구해 왔다. 1996년에 기초과학지원연구소 안에 '핵융합 연구개발사업단'을 설립하고,25개 기관 3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참여하는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했다.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을 적용한 토카막형 핵융합장치인 '한국핵융합연구장치(KSTAR)' 개발에 나선 것이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의 1단계 사업기간 중 KSTAR 장치의 주요 제원을 확립한 데 이어 2단계(1998~2002년) 사업을 통해 KSTAR 핵융합 장치에 대한 기술 검증을 받았으며,3단계(2002~2004년) 사업을 통해 핵융합 특수실험동 건물을 완공했다. 939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6860평 규모의 KSTAR 장치 및 특수실험동이 완공됨에 따라 세계 수준의 핵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은 오는 2006년 말까지 KSTAR 장치의 개발을 완료하고 2007년부터 핵융합 조건을 만족시키는 플라즈마를 생산할 예정이다. KSTAR는 ITER가 완공돼 정상가동에 들어갈 때까지 10여년 이상 세계 핵융합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핵융합 에너지 기술분야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

[ 용어풀이 ]

△플라즈마(Plasma)=기체분자나 원자에 에너지가 가해지면 최외각 전자가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자유전자가 되어 양전하를 띠게 되며 분자 혹은 원자와 전자가 생성된다.

이러한 양전하 이온과 전자가 다수 모여 전체적으로 전기적인 중성을 띠게 되며 이렇게 구성된 입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독특한 빛을 방출하고,입자의 활발한 운동 때문에 높은 반응성을 갖게 되는데 이 상태를 이온화한 기체 또는 플라즈마라고 한다.

물질의 제4상태라고도 한다.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머리말에서 따온 것으로 국제핵융합실험로라고 한다.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지원 아래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등이 공동참여하는 국제 차세대 에너지공동사업이다.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의 머리말에서 따온 것으로 차세대 초전도 토카막 장치의 개발 설치와 운영을 통한 핵융합 연구와 기술 확보를 위한 우리나라의 국가 프로젝트다.

'한국의 태양'으로도 불린다.

△토카막(tokamak)=핵융합 때 플라즈마 상태로 변하는 핵융합 발전용 연료기체를 담아두는 용기(容器).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온도가 1억도,이온밀도가 1㎤당 100조개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약 1초 동안 밀폐해 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