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대학교수가 미국 유학시절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자신의 지도교수를 찾아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이 지도교수는 제자에게 경제학자로서 일하면서 주의해야할 점 두가지를 일러줬다.
첫째는 "환율이나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되도록 말하지 말라"였다.
두 번째 조심해야 할 점은 "혹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되거든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라"는 것이었다.
각종 경제변수들을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니,괜히 책잡힐 일을 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경제전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각종 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전망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기관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은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고,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등 민간경제연구소들도 4%대 후반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경제성장률이 4%대 후반이나 5%대 정도라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선이다.
이 같은 전망들은 최근 3년간 경기불황의 여파로 생활고에 시달린 서민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경제전망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기관들의 경기 전망치가 크게 빗나간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모 기관의 경기전망 담당자는 "경기전망은 당연히 틀릴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건 또 무슨말인가.
이번 호에서는 경기전망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왜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지 알아보자.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