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29. 임상 예비실험 결과 과장은 무책임

< 사례 1 >


다이어트는 과식을 부른다 .. 뇌물질 분비혼란 '반작용' 촉발


【런던로이터연합】다이어트는 과식 욕구라는 뇌 속의 반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리틀모어병원의 E M 클리퍼드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다이어트는 아미노산 트립토페인이라는 뇌 속의 화학물질 분비에 혼란을 일으켜 과식하고 싶은 욕구를 촉발하는 것으로 쥐 실험 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39세의 여성 12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1000칼로리로 제한하고 있는 여성은 정상적인 칼로리를 섭취하는 여성에 비해 아미노산 트립토페인 분비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보 1995년 8월18일 35면)


< 사례 2 >


붙이는 피부암 치료제 개발


원자력연-연대팀, 세계 최초로 .. 환부 밀착 강력방사선 방출


< 사례 3 >


우울증 "자기자극법 효과" .. 美 연구팀, 20분간격 환자 왼쪽 이마 쏘아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에는 '두개골 자기자극법(TMS)'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는 미국 워싱턴 근교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마크 조지 박사 연구팀의 우울증 환자 치료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조지 박사는 작년 11월 다섯 번 발작을 일으키고 자살 시도까지 했던 40대 후반의 여성 우울증 환자에게 자기자극법을 적용,커다란 효과를 거뒀다.


그는 야구글러브 크기의 전자기파 발생장치를 이 여성의 이마 왼쪽 부위에 대고 20분 간격으로 자기파를 쏘았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 여성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즐거운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보 1995년 9월7일 23면)



의학 분야에서 하는 임상실험은 가장 과학적인 조사(실험)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예비실험,즉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환자 10여명을 새로운 방법으로 치료해 보았는데 만약 그 치료법이 효과가 있으면 그 결과를 동료 의사뿐만 아니라 언론에도 발표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한 소동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자(Cohn,Victor(1989),News and Numbers,Ames:Iowa State University Press,35쪽에서 인용). 노인성 치매를 의미하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sease)이 있다. 영국의 유명한 대학에서 이 병의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모든 신문이 대서특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은 이런 것이었다. 그 대학에서 4명의 치매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을 실험했는데 18개월 후에 세 명의 환자는 현저히 좋아졌고 나머지 한 명은 더 이상 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았다. 이런 내용이 기자들에게 알려지자 의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었고 실험에 참가한 환자 한 명은 회견장에서 증언을 했다. 물론 의사들은 이 치료법이 초기 단계이며 아직 치매의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문기사에는 "치매에 대한 실험 성공","새로운 치료법이 희망을 주다" 등의 제목이 붙여졌다. 그 후 몇 달 동안 그 대학병원에는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으로부터 치료에 관한 수천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치매에 관해서는 치료는 고사하고 그 원인도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우리는 치매나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이즈(AIDS)의 치료법 발견 등과 같은 의심스러운 주장들을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한다.


그러나 역시 이 병들에 대해서도 완전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몇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의 결과는 별 의미가 없다.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므로 충분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임상실험에서 대상 환자를 뽑을 때도 여론조사에서와 같이 응답자의 대표성이 당연히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실수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아래의 사례 1을 보자.


다이어트가 뇌속의 반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과식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연구보고서다. 유명한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지만 실험대상은 젊은 여성 12명뿐이다. 이 12명을 다시 칼로리 섭취 제한 여부에 따라 반으로 나누었으니까 실험표본의 크기는 6명이다. 별 의미가 없는 예비조사 결과일 뿐인데 과학전문지에 발표되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붙이는 피부암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기사(위의 사례 2)가 1995년 3월28일 각 일간지에 주요 기사 중 하나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 치료제의 임상실험 대상은 90세 노인 한 명뿐이었다.


피부암은 사실 암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양성(良性)이며 생명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고 한다(◆◆일보,1995년 9월17일자 21면,건강의 허실 칼럼 참조). 따라서 붙이는 피부암 치료제를 개발한 의사들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앞으로 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해야 그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피부암의 종류,증상의 정도 등이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신문기사의 제목은 세계 최초로 치료제가 개발되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아래의 사례 3)


우울증에 전기자극법이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에 대한 기사다. 역시 대상은 심한 우울증을 보인 여자 한 명. 마찬가지로 별 의미가 없는 실험인데도 뉴사이언티스트라는 과학전문지에 실렸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