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오랜 숙적인 일본을 물리쳤다.

이에 일본은 바다 건너 대만과 손잡고 한국을 공격한다.

일본·대만 연합은 힘이 부치자 중국을 새로운 우군으로 삼았다."

언뜻 보면 광개토대왕비에 나와 있는 비문의 한 구절 같다.

하지만 이는 최근 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이어지는 디지털TV 시장 주도권을 두고 한국 일본 대만이 벌이고 있는 풍경이다.

최근 들어 한국.일본.대만 간 디스플레이 주도권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에 LCD와 PDP시장 1위 자리를 내 준 일본은 샤프,마쓰시타를 앞세워 실지 회복의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대만은 자국 내 LCD업체의 덩치를 키워 한국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자본력을 축적한 중국도 시장을 기웃거려 디스플레이 2차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오늘은 디지털TV의 핵심인 디스플레이에 대해 알아보자.

차세대 TV를 둘러싼 기술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LCD와 PDP가 디지털T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OLED로 불리는 다소 생소한 디스플레이 개발경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차세대 TV의 핵심 기술인 PDP와 LCD,OLED 등에 대해 알아보자.


◆PDP(Plasma display panel)와 LCD(liquid crystal display,초박막액정표시장치)

플라즈마(Plasma)란 이온과 전자가 거의 같은 양으로 혼재해 전기적으로 중성을 유지하고 있는 물질을 말한다.

PDP는 두 장의 유리기판 사이에 플라즈마 가스를 넣은 뒤 전압을 가해 빛을 만들어 내는 원리를 적용했다.

원하는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40인치 이상 대형으로 출발했다.

화면의 반응속도가 빨라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를 볼 때 LCD에 비해 화면이 더 고른 편이다.

색을 만들어 내는 데 일정한 발광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50인치급 이하에서는 완전 HD 영상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LCD는 액정의 광학적 성질이 전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이용해 만든 전자장치다.

일반 브라운관과는 달리 자기발광성이 없다.

두 개의 유리기판에 빛을 엇갈리게 통과시키는 편광판을 부착한 후 백라이트를 쏴 영상을 만들어낸다.

초기에는 노트북,모니터 등에 사용됐으나 점차 TV로 확대되고 있다.

반응속도가 느리고 초기 설비투자가 많이 들어 60인치 이상 상용화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동작전압이 낮고 초소형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큰 화면으로 스포츠 등을 즐겨보는 사람은 PDP TV가 적합하고 자연다큐멘터리 등 정교한 화면을 선호하는 경우에는 LCD TV가 더 적합하다.

◆LCD 세대와 PDP 면취란?

LCD는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유리기판 사이즈로 세대 구분을 한다.

반면 PDP는 한 장의 유리에서 42인치 사이즈를 몇 장 자를 수 있는가가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LCD 세대는 제조업체마다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큰 차이가 없으면 같은 세대에 넣는다.

1세대 LCD 유리기판 사이즈는 가로 세로 270X360mm에 불과했으나 2세대 370X470mm,3세대 550X650mm 등의 진화를 거쳤다.

삼성전자의 7세대 제품의 경우 1870X2200mm까지 커졌다.

세대가 높아질수록 투자비도 크게 늘어난다.

5세대까지 투자비가 1조5000억원 안팎이었으나 7세대는 한 개 라인에 약 3조원이 들어간다.

그만큼 대규모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사업이다.

PDP는 한 장의 유리에서 나오는 42인치 개수로 구분하다.

예를 들어 단면취 라인이란 한 장의 유리에서 한 장의 42인치를,6면취란 6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PDP는 LCD에 비해 투자비가 10분의 1 수준으로 LG전자가 최근 설립한 구미의 6면취 A3라인의 투자비는 약 3000억원이었다.

◆차세대 제품인 OLED 개발경쟁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유기발광 다이오드)는 유리 기판에 형광물질 역할을 하는 특수 유기화합물을 바른 뒤 전류를 가하면 빛이 나면서 영상을 구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두 장의 유리기판이 필요한 LCD나 PDP와 달리 한 장으로 자체 화면 구현이 가능하다.

발광을 위해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나 방전 공간이 필요한 PDP와 달리 자체 발광이 가능,두께와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반응속도는 LCD에 비해 1000배가량 빠르다.

단 장시간 사용시 유리기판의 전선이 변색돼 수명이 짧아지는 기술적 문제가 있다.

LCD와 PDP에서 비롯된 디스플레이 개발전쟁은 OLED로 옮겨붙고 있다.

한국은 삼성SDI가 최근 4655억원을 투입,내년부터 세계 최초의 능동형 OLED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격인 40인치 OLED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적극적이다.

일본과 대만 업체들도 OLED 시장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형호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