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는 UFO를 닮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시속 수백km에 이른다.

운전하다 피곤할 땐 자동항법장치 버튼만 누르면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길이 막힐 땐 하늘을 이용한다.

환경오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배기구에서 나오는 것도 오직 물 뿐이다.

목 마를 땐 마시기도 한다.'

미래의 자동차는 공상과학소설과 영화에서 이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물론 아직까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이다.

하지만 과학은 가끔씩 현실을 우리의 예상보다 앞당기곤 한다.

실제 우리가 꿈꿔온 미래형 자동차의 일부는 이미 실험단계를 지나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미래형 자동차의 출발점을 '바퀴를 굴리는 힘을 어떤 방식으로 얻느냐'에서 찾는다.

동력 전달 방식은 자동차의 구조를 규정하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가 석유를 태우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었다면,미래의 차는 전기나 수소 등을 통해 움직인다.


◆미래 자동차의 출발점 '하이브리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하이브리드(hybrid) 카는 미래형 자동차의 시작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하이브리드의 사전적인 의미는 '잡종' 또는 '혼혈'이다.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카는 석유를 사용하는 기존 내연기관(엔진)과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동기(모터) 등 2개의 동력을 혼합해 구동력을 얻는 차량이다.

1997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의해 상용화된 하이브리드 카는 연비가 뛰어난 데다 배출가스도 크게 줄일 수 있어 현존하는 최고의 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세계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카 개발 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저속 주행에는 전기모터만 사용

자동차 메이커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인 구동원리는 이렇다.

시동을 걸면 자동차 엔진은 작동하지 않고 전기모터만 돌아간다.

시속 30km 이하의 저속 주행 때도 마찬가지다.

그 이상 속력을 내야 비로소 엔진이 가동된다.

이때부터 엔진이 주 동력장치가 되고 모터는 보조 동력장치가 된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정속 주행구간에서는 엔진 실린더 중에서도 일부만 사용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한다.

고속 주행 때는 엔진과 모터가 함께 움직이며 힘을 낸다.

전기모터는 따로 충전할 필요가 없다.

달리는 동안 엔진과 연결된 발전기에서 전기가 만들어져 자동으로 배터리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신호대기 등으로 정차하면 하이브리드 카의 엔진과 모터도 멈춰선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없애기 위해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다시 전기모터가 가동된다.

속도를 더 높이면 엔진이 구동된다.

◆하이브리드 카의 장·단점

하이브리드 카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연비다.

필요할 때만 엔진을 가동하고,전기는 평소 엔진을 구동하면서 비축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최소화된다.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도로여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하이브리드 카의 연비는 ℓ당 최대 30km 수준에 달한다.

기존 동급 차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카인 도요타의 프리우스(1500cc) 평균 연비는 ℓ당 28km 수준.일본 혼다가 최근 선보인 시빅 하이브리드(1300cc)의 연비는 ℓ당 31km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하이브리드 클릭의 공식 연비는 18km/ℓ로,가솔린 모델(12.1km/ℓ)에 비해 50% 높다.

하이브리드 카의 또 다른 매력은 환경오염 부담이 적다는 것.석유 사용을 최소화한 만큼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각국이 하이브리드 카를 사는 국민에게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보급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카는 단점도 있다.

기존 엔진에 모터와 배터리를 얹어야 하기 때문에 부품수가 늘어나고 차도 무거워진다.

어찌됐건 엔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하이브리드 카도 진화하고 있지만 이 같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래 자동차의 '최종 단계'가 아닌 연료전지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오상헌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