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축구선수 박지성이 벌어들이는 돈은 영국의 국민소득으로 잡힐까,한국의 국민소득으로 잡힐까.

정답을 말하기 전에 먼저 국민소득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에 대해 살펴보자.

◆GDP는 국내 생산물 최종가치의 총합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의 국민소득이 얼마인지를 보는 것이다.

국민소득은 그 나라 경제주체의 소득을 합한 것으로 한 나라 경제의 종합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개인별로 얼마나 버는지 알아내는 것은 대단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실제로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 계산한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생산물의 최종가치를 더하여 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내총생산(GDP)이다.

이론적으로 국민소득은 생산,분배,지출 세 가지 중 어느쪽에서 파악해도 항상 일치하게 돼 있다.

GDP는 국민소득을 생산 측면에서 집계한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인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GDP통계를 체계화시킨 것을 미국 상무부의 20세기 최대 업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GNP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민총생산(GNP)을 국민소득의 주요 지표로 사용했다.

GNP는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한 최종생산물의 합'이다.

GDP가 '생산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국내)'를 기준으로 국민소득을 파악한 것이라면 GNP는 '생산활동을 하는 주체(국민)'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 기업 IBM이 한국에서 생산한 것은 한국의 GDP에는 포함되지만 GNP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중심 지표를 GNP에서 GDP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95년에 바꿨다.

세계화의 급격한 진전으로 노동이나 자본의 국가 간 이동이 확대됨에 따라 GNP는 각국의 경기상황 및 고용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매력을 반영하는 GNI

GDP와 함께 국민소득의 개념으로 국민총소득(GNI)이 널리 쓰이고 있다.

GDP가 국민소득을 생산 측면에서 파악한 것이라면 GNI는 '소득'측면에서 파악한 것이다.

또 GDP는 영토가 기준인 반면 GNI는 GNP처럼 경제주체의 국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GDP와 GNI에 물가상승분이 미친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특정 기준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을 실질GDP와 실질GNI라고 한다.

실질GNI는 실질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과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하면 구해진다.

실질GNI는 실질GDP보다 한 나라 국민소득의 구매력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보자.한 나라가 2005년에는 개당 2달러짜리 반도체를 100개 생산해 50개는 국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50개를 수출해 벌어들인 100달러(2달러×50개)로 ℓ당 1달러 하는 원유 100ℓ를 수입했다.

그러나 2006년에는 반도체 수출 단가가 1달러로 하락한 반면 원유 수입단가는 2달러로 상승했다고 치자.이렇게 되면 이 나라는 반도체 50개를 수출한 돈 50달러(1달러×50개)로 수입할 수 있는 원유는 25ℓ로 줄어든다.

이 경우 실질생산량(GDP)은 2005년이나 2006년 모두 200달러(반도체 생산량 100×2005년 반도체 가격 2달러)로 변함이 없으나,실질GNI는 확 줄어든다.

2006년의 반도체 및 원유를 2005년 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125달러(50×반도체 가격 2달러+25×원유가격 1달러)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2005년 실질GNI와 2006년 실질GNI 간의 차이 75달러(200달러-125달러)를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실질무역 손실이라고 한다.

자,그럼 앞서 제기한 질문에 답해보자.박지성이 영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한국의 GDP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GNP나 GNI에는 포함된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