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부산의 한 고등학교 앞.'전국 최강 OO고','수능지존 □□고','너희가 △△를 아느냐' 등 학교 이름을 앞세운 현란한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초조한 표정으로 교문을 향해 걸어가는 수험생 주위로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모여든다.

곧이어 묵직한 북소리가 들려온다.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수험생을 향해 우렁찬 함성과 구호가 이어진다.

과격한 몸짓에 멈칫 놀라면서도 수험생들은 시험장에 들어서기 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응원단의 함성은 절정에 달한다.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수험생의 학부모들은 후배들의 선배 사랑을 기특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른 아침 행해지는 응원을 위해 수능 전날 밤을 꼬박 새는 학교까지 등장해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응원도 좋지만 밤샘까지 하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밤샘 응원'을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오후 6시에서 자정 사이에 시험장 앞에 집합한다.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밤을 새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

부산 D고등학교 학생들은 "긴 밤을 보내기 위해 교대로 PC방에 다녀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걱정은 크다.

응원을 하러 온 학생들은 "(부모님이)정말 못마땅해 했지만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학부모 정모씨(46)는 "날도 추운데 밤을 샌다니 당혹스럽다.

또 하룻밤이지만 청소년 비행의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밤샘 응원'에 대한 볼멘소리가 높아지자 대안을 제시하는 학교도 생겨났다.

수능시험 전날 학교에서 선배들을 활기차게 응원해 주는 것이다.

시험 당일만큼은 수험생이 차분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한 배려가 돋보인다.

밤부터 치열한 자리싸움에 시달리느니 추첨을 통해 자리를 나눠 갖자는 합리주의도 등장했다.

수능시험이 다가오면 가족들의 '잘 치라'는 격려의 한마디조차 수험생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후배들의 지나친 선배 사랑이 선배들을 더 떨게 하지는 않을지 고민해 볼 때다.

정지혜 생글기자(부산국제외고 2년) 88wisdo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