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많은 학부모들이 뒷바라지 증후군을 앓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수험생 엄마 노릇이 여전히 힘겹다고 말한다.

주부 최경애씨(46·부산 사하구)는 "수험생 엄마 노릇이 수험생 아들보다 훨씬 육체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가족의 응원 속에 마치 아들과 이인삼각으로 결승점을 향해 뛰는 것 같았다는 수험생 엄마의 1년을 들어보자.

◆단 1점이라도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면…

취약과목 과외선생을 수소문하고 만나 상담하는 일도,시간표를 짜는 일도 엄마 몫이다.

학습 스케줄을 맞추느라 서툴지만 운전도 자처했다.

야간자율 학습이 끝나는 시간은 밤 10시,어떤 날은 새벽 1시에 과외선생을 만나기도 했다.

2학기가 되면서부터 시간에 더 쫓기는 아들 대신 낮에 과외선생을 만나 오답을 분석하고 유사문제를 뽑아 아이에게 배달해 주기도 했다.

매일 아침 생과일 주스를 갈아 먹이고 두뇌활동을 도와 준다고 해서 매일 호두 두알씩 먹는 것도 습관화시켰다.

2학기가 되자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것 같아 꾸준히 보약을 해 먹이고 때론 찜질방에 데려가 주물러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잠이 부족하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아들을 달리 도와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 했다.

◆비교과영역 미리 준비시키지 못한 후회도…

아들은 비교과영역에 나름대로 열심히 참여했다고 생각했는데 수시원서를 준비하다 보니 쓸거리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낭패감이 들었다.

아들은 학생회 활동도 꾸준히 했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몇 군데 캠프도 참여했으며 상도 몇 차례 받았다.

하지만 막상 주목할 만한 비교과영역이 없다는 사실에 미리미리 더 적극적으로 준비시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아이가 고3이 되면서 일체의 취미활동은 접기로 결심했다.

봉사활동이나 친척 혹은 친구들이 도움을 청하면 좋은 마음으로 예전보다 더 열심히 도왔다.

내가 복을 지으면 혹시라도 내 아이에게 좋은 기운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역술인을 찾아 가기도 했다.

내가 보면 신중한 행위이고 남이 보면 의지박약으로 비치겠지만 아이의 사주를 묻고 학운이 언제 어느 쪽에 있는지를 알고 싶은 건 수험생 부모라면 이기기 힘든 유혹이었다.

◆3년 모아 1년에 다 썼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자 고3때 쓸 적금을 들어야 한다고들 했다.

그때는 그저 농담인줄 알았는데….기업 부장 월급 받아 저축한 돈,정확히 3년 모아 1년에 다 썼다.

그렇다고 특별히 고액과외를 시킨 것도 아니다.

우리 가족 어느 누구 하나 변변한 옷 한벌 사 입지 않았고 외식 한번 근사하게 하지 못했다.

저축한 돈이 점점 줄어 통장이 거의 비어 갈 때 쯤 수능일이 다가 왔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강지훈 생글기자(부산 건국고 2년) namisab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