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 산업 생산이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8.0%)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떨어져 국내 경제가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8.0%에 달했다.

지난 1월(1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반도체를 빼면 증가율이 1.6%로 떨어지고 여기에 휴대폰 평면TV 등 영상·음향·통신기기까지 제외하면 0.3%로 곤두박질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IT 업종이 전체 생산 증가율의 90% 이상을 담당한 셈이다.

이 같은 IT업종 편중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및 영상·음향·통신 제품을 제외한 생산 증가율과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 간 격차는 지난 2분기 2.0%포인트에서 △7월 4.0%포인트 △8월 5.7%포인트 △9월 7.1%포인트 △10월 7.7%포인트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업종별로 떼어 놓고 보면 이런 편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반도체 휴대폰 등 95개 품목으로 구성된 정보통신기술(ICT) 지수는 10월 중 24.8%(전년 동월 대비) 높아졌다.

반면 IT 업종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은 3분의 1 수준인 8.2% 증가에 그쳤다.

반면 소비와 투자 심리를 재는 지표들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진 못했다.

10월 중 소비재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4% 늘어나며 전달(1.1%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커졌지만 비교 대상인 지난해 10월의 성적(1.3% 감소)이 부진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덥지 않은 수치다.

-산업생산에서 IT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이 등장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IT업종의 고용창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IT산업의 경쟁력만 믿지 말고 서비스업 활성화와 시장개방 등으로 좋은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