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위성과 같은 관측위성은 남·북극을 도는 고도 500~800km 정도의 저궤도를 이용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은 지구를 한번 도는 시간이 매우 짧아 아리랑위성의 경우 약 98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선회한다.

하루 동안 14바퀴 반을 선회하는 것으로 초당 이동속도가 약 7.5 km/s이다.

우리나라 제주에서부터 북한의 신의주까지 가는데 약 2분이 걸리는 속도다.

아리랑위성과 같은 극궤도 저궤도 위성이 지상의 안테나를 이용해 서로 통신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나라에 지상국이 있을 경우 하루에 2~3회 정도에 불과하다.

한번 교신할 때 10분 정도만 허락된다.

지구를 선회할 때마다 지나가는 남극이나 북극 지역에 지상국이 있다면 하루 동안 위성이 지구를 선회하는 횟수 중 90% 정도까지 통신이 가능하다.

극 지역 안테나의 장점은 매우 많다.

위성에 문제가 생길 때 고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연료 낭비도 줄일 수 있어 위성수명을 연장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위성 상태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데도 극 지역의 안테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긴급하게 임무계획을 수정해 이를 위성으로 재전송해야 하는 경우에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점들 때문에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남극 또는 북극 지역에 안테나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거나 이미 세워진 상용 지상국을 이용하기 위해 고가의 임차료를 내고 사용하는 실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일부 선진국들만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극지역 안테나를 남극 세종기지에 설치하기 위해 2002년 말부터 극지연구소와 함께 준비해왔다.

마침내 직경 2m짜리 레이돔 안에 설치가 가능한 소형 관제안테나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안테나 구동시스템,다이프렉서,전력증폭기 등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직접 남극 세종기지에 있는 안테나를 완벽하게 원격 조정할 수 있는 통합 안테나 조정 SW도 함께 개발했다.

약 6개월에 걸친 수많은 시험 및 운영 연습 끝에 개발을 완료한 2004년 10월,안테나 시스템을 3개의 컨테이너 박스에 나누어 70일간의 여정을 통해 남극세종기지로 운송했다.

세종기지 현지에서 다시 하루 20여시간씩 한달 동안 현지 작업을 했다.

마침내 2005년 1월 말 대전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에서 처음으로 남극세종기지에 설치된 안테나를 통해 아리랑위성과의 통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지난 3년에 걸친 노고를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의 벅찬 감동이었다.

안상일 항공우주연구원 지상수신관제그룹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