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이 문명 국가가 된 것은 일본 덕이다.

한국에는 보상도 사죄도 할 필요가 없다.'

일본에서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만화 '혐한류(嫌韓流)'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폄하하는 억지 주장으로 가득한 이 책은 지난 7월 출간된 이래 3개월 만에 40만부나 팔렸다.

한류가 거세지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본에선 혐한류,중국에선 반(反)한류 또는 항(抗)한류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두 나라 모두 일부 보수 애국주의자들이 한국을 깎아내리려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배경은 다소 다르다.


◆'한국에 호감 느끼지 않는다'는 일본인 늘어났다

일본의 혐한류는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에 대한 반작용으로 불거졌다.

일종의 보복 심리 같은 것이다.

한·일 양국이 독도 영유권,일본 교과서 왜곡,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싸고 감정 대립을 한 뒤 일본도 한국인들에 대한 평소의 못마땅한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채널' 등 한국인을 비하하는 성격의 웹 사이트들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인들은 공개 비판을 꺼리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한국에 대한 반감을 익명으로 마음껏 풀어놓는다.

야마노 샤링이 지은 만화 '혐한류'도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 올린 글을 정리한 것이다.

일본에선 지난해까지 드라마 '겨울 연가' 등에 힘입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줄곧 상승세였으나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주요 여론 조사에서 한국에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하는 일본인이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중국 '한국 드라마 안방 점령 못마땅'

중국의 반한류 움직임은 한국 드라마가 안방 극장을 점령하고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 연예인에 열광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화 문화 애국주의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 문화의 원조라는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배우 장궈리는 최근 "중국이 발명한 침술을 한국이 '대장금'을 앞세워 저희들 것인양 선전하고 있는 데도 중국인들은 마냥 좋다고 한다"며 "중국 방송국들이 경쟁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은 매국 행위와 다름없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 주간'이 최근 보도한 '신한류(新韓流)반한류(反韓流)'라는 제목의 커버 스토리에 소개됐다.

중국 드라마 제작자들은 한국 드라마의 제작 수준과 의상 소품들이 중국의 것과는 비교 안 될 만큼 좋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바로 같은 이유로 한국 드라마를 폄하하기도 한다.

실력이 아니라 돈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 방송계의 자금 수준이 개선됨에 따라 한국 드라마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드라마영상물제작센터(中戱影視製作中心) 소장 옌 젠강은 "한국 드라마의 1회당 제작 비용이 120만∼200만위안에 달하는 데 반해 중국은 30만∼40만위안인 데도 비용 대비 우수한 품질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류는 몇 년 못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에 비하면 중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특히 그렇다.

상하이의 리서치 회사 링덴(零點)조사가 지난 7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서 16∼17세 93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81%는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 또는 '좋아하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74%는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적이 있고 58%는 한국 노래를 들어 봤다고 답했다.

43%는 집에 한국 가전제품이 하나 이상 있다고 답했다.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