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무역 자유화 열풍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첫 다자 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oha Development Agenda)가 오는 12월 홍콩에서 다시 열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 세계 곳곳에서 체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역시장을 통합해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체제를 이루었다.
자유 무역이 국가 간 또는 국가 내 계층 간 양극화를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자유무역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은 거부할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유무역의 상징 WTO
지난 1995년 1월 출범한 WTO체제는 무역규범을 다루는 유일한 국제기구다.
지난 1948년 만들어진 관세 및 자유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를 대체한 기구로 GATT나 WTO 모두 자유무역 확대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상품교역만 다룬 GATT와 달리 WTO체제는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문제까지 취급한다. 또 GATT는 말 그대로 하나의 협정이지만 WTO는 공식 국제 기구라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WTO는 GATT와 달리 협정을 지키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다. WTO는 만장일치제를 채택, 140여개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WTO는 최혜국 대우(MFN)를 원칙으로 한다.
MFN은 A라는 국가가 B라는 국가의 특정상품에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 준다면 나머지 회원국 전부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즉 차별없는 교역을 원칙으로 한다는 얘기다.
WTO 체제에서 다자 간 무역협상은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제 4차 WTO 각료회의에서 시작됐다. 이를 도하개발 아젠다(DDA)라고 부른다. GATT 시절에는 다자 간 협상을 '라운드'라고 불렀으나 일부 개발도상국이 이름에 불만을 제기해 WTO출범 이후 개발 아젠다로 이름이 바뀌었다. DDA는 당초 올해 초 종결될 예정이었으나 모든 분야 협상 결과를 모든 회원국이 동시에 받아들이는 일괄 타결 방식을 채택한 관계로 타결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DDA협상 결과에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DDA는 △농업,서비스,공산물,임수산물에 대한 시장개방 △반덤핑 보조금 분쟁해결 등 규범 관련 협정의 개정 △환경과 지식재산권 문제 △개발도상국의 개발 지원 등을 의제로 다루고 있다.
홍콩 DDA협상은 GATT체제의 마지막 협상이었던 우르과이 라운드에 이어 또 한번 세계무역 질서를 뒤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가장 큰 관심사인 농산물의 경우 지금은 600%에 이르는 관세를 매겨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상품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논의의 흐름대로 가면 관세를 100% 이하로 내려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공산품 측면에서는 큰 폭으로 관세가 인하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확산되는 FTA
WTO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아우르는 협상이라면 FTA는 양국 간 또는 제한된 역내 국가 간 관세철폐를 근간으로 하는 무역자유화 협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꼽을 수 있다.
FTA는 다양한 형태의 각종 지역무역협정(RTA)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통합으로 회원국 간의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하되 비 회원국에 대해서는 각각 상이한 관세율을 적용한다. 이 점에서 MFN을 적용하는 WTO체제와 차이가 난다.
FTA가 확산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FTA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적극적 자세로 돌아서면서 1990년대 후반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역내 국가 또는 국가와 국가 간 체결되는 협정이기 때문에 WTO와 같은 세계 무역체제 보다 훨씬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도 확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1947년부터 1994년 말까지 GATT에 통보된 FTA는 124개에 불과했다.
1년에 2~3개 정도 협상이 타결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995년부터 2005년 7월까지 WTO에 통보된 FTA는 206개로 매년 10개 이상의 FTA가 타결돼 현재까지 타결된 FTA는 330개에 이른다.
현재 세계 교역량의 약 51%가 이 자유무역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한국은 FTA에서는 후진국에 가깝다.
현재 칠레와의 FTA 협정만 발효돼 있고 싱가포르 등과 협상을 타결지어 놓은 상태일 뿐이다.
◆지역경제협력체
최근 부산에서 개최돼 관심이 모아졌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WTO나 FTA처럼 강제성을 갖지 않는 자발적인 지역 협력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 같은 지역 협력체들은 상당히 많다.
지난 1996년 설립돼 현재 한국 등 2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올해 말 출범 예정인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력 모임인 동아시아 서밋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남미 등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역경제협력체는 구속력이 없는 본질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에 영향을 미친다.
APEC의 경우 당초 지역 친목모임 성격이었으나 지난 1993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발의로 정상회의로 승격되면서 당시 교착상태에 있던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을 1994년 타결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도 DDA 타결 촉구를 위한 특별성명이 채택돼 12월 홍콩 각료회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김용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첫 다자 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oha Development Agenda)가 오는 12월 홍콩에서 다시 열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 세계 곳곳에서 체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역시장을 통합해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체제를 이루었다.
자유 무역이 국가 간 또는 국가 내 계층 간 양극화를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자유무역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은 거부할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유무역의 상징 WTO
지난 1995년 1월 출범한 WTO체제는 무역규범을 다루는 유일한 국제기구다.
지난 1948년 만들어진 관세 및 자유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를 대체한 기구로 GATT나 WTO 모두 자유무역 확대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상품교역만 다룬 GATT와 달리 WTO체제는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문제까지 취급한다. 또 GATT는 말 그대로 하나의 협정이지만 WTO는 공식 국제 기구라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WTO는 GATT와 달리 협정을 지키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다. WTO는 만장일치제를 채택, 140여개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WTO는 최혜국 대우(MFN)를 원칙으로 한다.
MFN은 A라는 국가가 B라는 국가의 특정상품에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 준다면 나머지 회원국 전부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즉 차별없는 교역을 원칙으로 한다는 얘기다.
WTO 체제에서 다자 간 무역협상은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제 4차 WTO 각료회의에서 시작됐다. 이를 도하개발 아젠다(DDA)라고 부른다. GATT 시절에는 다자 간 협상을 '라운드'라고 불렀으나 일부 개발도상국이 이름에 불만을 제기해 WTO출범 이후 개발 아젠다로 이름이 바뀌었다. DDA는 당초 올해 초 종결될 예정이었으나 모든 분야 협상 결과를 모든 회원국이 동시에 받아들이는 일괄 타결 방식을 채택한 관계로 타결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DDA협상 결과에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DDA는 △농업,서비스,공산물,임수산물에 대한 시장개방 △반덤핑 보조금 분쟁해결 등 규범 관련 협정의 개정 △환경과 지식재산권 문제 △개발도상국의 개발 지원 등을 의제로 다루고 있다.
홍콩 DDA협상은 GATT체제의 마지막 협상이었던 우르과이 라운드에 이어 또 한번 세계무역 질서를 뒤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가장 큰 관심사인 농산물의 경우 지금은 600%에 이르는 관세를 매겨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상품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논의의 흐름대로 가면 관세를 100% 이하로 내려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공산품 측면에서는 큰 폭으로 관세가 인하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확산되는 FTA
WTO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아우르는 협상이라면 FTA는 양국 간 또는 제한된 역내 국가 간 관세철폐를 근간으로 하는 무역자유화 협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꼽을 수 있다.
FTA는 다양한 형태의 각종 지역무역협정(RTA)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통합으로 회원국 간의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하되 비 회원국에 대해서는 각각 상이한 관세율을 적용한다. 이 점에서 MFN을 적용하는 WTO체제와 차이가 난다.
FTA가 확산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FTA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적극적 자세로 돌아서면서 1990년대 후반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역내 국가 또는 국가와 국가 간 체결되는 협정이기 때문에 WTO와 같은 세계 무역체제 보다 훨씬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도 확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1947년부터 1994년 말까지 GATT에 통보된 FTA는 124개에 불과했다.
1년에 2~3개 정도 협상이 타결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995년부터 2005년 7월까지 WTO에 통보된 FTA는 206개로 매년 10개 이상의 FTA가 타결돼 현재까지 타결된 FTA는 330개에 이른다.
현재 세계 교역량의 약 51%가 이 자유무역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한국은 FTA에서는 후진국에 가깝다.
현재 칠레와의 FTA 협정만 발효돼 있고 싱가포르 등과 협상을 타결지어 놓은 상태일 뿐이다.
◆지역경제협력체
최근 부산에서 개최돼 관심이 모아졌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WTO나 FTA처럼 강제성을 갖지 않는 자발적인 지역 협력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 같은 지역 협력체들은 상당히 많다.
지난 1996년 설립돼 현재 한국 등 2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올해 말 출범 예정인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력 모임인 동아시아 서밋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남미 등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역경제협력체는 구속력이 없는 본질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에 영향을 미친다.
APEC의 경우 당초 지역 친목모임 성격이었으나 지난 1993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발의로 정상회의로 승격되면서 당시 교착상태에 있던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을 1994년 타결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도 DDA 타결 촉구를 위한 특별성명이 채택돼 12월 홍콩 각료회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김용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