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라가 문호를 개방하고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선후진국 모두에 이롭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이미 증명된 논제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principle of comparative advantage)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현실세계로 들어서면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너무나도 명쾌한 명제가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고,세계화와 시장개방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후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조차 계속 나타난다.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자유무역의 비밀은 비교우위
비교우위는 어떤 사람이나 기업 국가도 특정한 분야에서는 소위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경제학원론(이준구 이창용 저,법문사,2005년)에 있는 사례를 일부 인용해보자.
한국에서 한명의 노동자가 쌀 5섬 또는 옷 5벌을 생산하는데 반해 말레이시아 노동자는 쌀 4섬 또는 옷 2벌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고있다.
(한 벌의 옷과 한 섬의 쌀 가격은 각각 1만원으로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절대적인 경쟁력만 놓고 보면 한국이 쌀과 옷을 모두 생산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대적인 개념을 도입하면 한국이 옷을,말레이시아는 쌀을 생산하는 것이 훨씬 낫다.
한국에서는 쌀을 한 섬 더 생산하려면 옷 생산을 한 벌 줄여야 하지만,말레이시아에서는 옷 1/2벌만 줄이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옷만 생산하고 말레이시아는 쌀만 생산하는 데 전념하는 것이 양국에 이롭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노동자가 각각 10명이라고 치자.한국의 노동자 10명이 옷 50벌을 만들고 말레이시아 노동자 10명은 쌀 40섬을 생산하면 두 나라가 90만원(50벌의 옷과 40섬의 쌀)의 소득을 얻게 된다.
반면 자유무역을 하지 않고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5명의 노동자를 쌀과 옷 생산에 각각 배치하면 한국은 옷 25벌과 쌀 25섬,말레이시아는 쌀 20섬과 옷 10벌을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소득은 8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국은 옷을 생산하는데 우리는 왜 쌀이냐?"
비교우위에 대한 설명은 이론적이고 논리적이다.
반면 비교우위론에 대한 비난은 국민의 감정에 의존한다.
"한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옷을 생산하는데 우리는 왜 값싼 쌀만 생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보잉과 GE,일본은 도요타와 소니같은 대기업들이 비싼 값에 물건을 팔아먹고 있는데 우리가 값싼 신발이나 의류만 생산하는 것은 노동력을 착취당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저임노동력에 의존하는 후진국에서 한때 급속히 확산됐다.
남미를 풍미했던 '저개발의 개발'이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3세계 저성장론의 하나였던 이 이론은 '저개발 국가에서 아무리 경제개발을 해도 선진국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개발의 개발'이론은 그러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1950년대 아시아에서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부분 반도체 업체들을 이미 앞질렀고 1위인 인텔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후진국이라고 해서 국제무역에서 '신발이나 의류만 계속 생산하라'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선진국에서도 자유무역 반대론 높아.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은 선진국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있는 선진국도 비교우위가 떨어지는 분야에서는 무수한 기업들이 망하고 실업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최근 '일자리없는 성장'의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객센터(콜센터)나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인도 등에 두는 미국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CEA) 의장은 "정부는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과의 경쟁을 막아서는 안 된다"면서 "자유무역으로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불균형은 고통을 수반하지만,이러한 불균형은 경제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 하원 소기업위원장인 도널드 만줄로 의원(공화당)은 "청문회에 나와 아웃소싱으로 고통받는 실직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것"을 요청하면서 맨큐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나서 "자유무역과 아웃소싱은 여전히 미국 경제에 이로운 것이고 미국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고 임금도 꾸준히 상승해 왔다"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보호주의 무역도 자유무역 테두리에서만 유효
그렇다면 한 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시장은 무조건 개방돼야 하는 것인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1960년대 유치산업 보호론을 골자로 한 보호주의를 적극 활용했고,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그러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그러니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될 경우에만 유효하다.
자유무역이 이롭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자국 내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한정된 자원을 어느 분야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 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지향적(export-oriented) 성장전략의 하나로 보호주의를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유무역을 사실상 부정하고 자국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수입품 대체산업을 육성했던 남미 국가들은 예외없이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새로운 비교우위를 창출하기 위해 국가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전략은 유효하지만,자유무역을 거부하고 세계화의 흐름에 거스를 경우 퇴보를 면치 못했다는 것을 20세기 역사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principle of comparative advantage)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현실세계로 들어서면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너무나도 명쾌한 명제가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고,세계화와 시장개방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후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조차 계속 나타난다.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자유무역의 비밀은 비교우위
비교우위는 어떤 사람이나 기업 국가도 특정한 분야에서는 소위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경제학원론(이준구 이창용 저,법문사,2005년)에 있는 사례를 일부 인용해보자.
한국에서 한명의 노동자가 쌀 5섬 또는 옷 5벌을 생산하는데 반해 말레이시아 노동자는 쌀 4섬 또는 옷 2벌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고있다.
(한 벌의 옷과 한 섬의 쌀 가격은 각각 1만원으로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절대적인 경쟁력만 놓고 보면 한국이 쌀과 옷을 모두 생산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대적인 개념을 도입하면 한국이 옷을,말레이시아는 쌀을 생산하는 것이 훨씬 낫다.
한국에서는 쌀을 한 섬 더 생산하려면 옷 생산을 한 벌 줄여야 하지만,말레이시아에서는 옷 1/2벌만 줄이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옷만 생산하고 말레이시아는 쌀만 생산하는 데 전념하는 것이 양국에 이롭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노동자가 각각 10명이라고 치자.한국의 노동자 10명이 옷 50벌을 만들고 말레이시아 노동자 10명은 쌀 40섬을 생산하면 두 나라가 90만원(50벌의 옷과 40섬의 쌀)의 소득을 얻게 된다.
반면 자유무역을 하지 않고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5명의 노동자를 쌀과 옷 생산에 각각 배치하면 한국은 옷 25벌과 쌀 25섬,말레이시아는 쌀 20섬과 옷 10벌을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소득은 8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국은 옷을 생산하는데 우리는 왜 쌀이냐?"
비교우위에 대한 설명은 이론적이고 논리적이다.
반면 비교우위론에 대한 비난은 국민의 감정에 의존한다.
"한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옷을 생산하는데 우리는 왜 값싼 쌀만 생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보잉과 GE,일본은 도요타와 소니같은 대기업들이 비싼 값에 물건을 팔아먹고 있는데 우리가 값싼 신발이나 의류만 생산하는 것은 노동력을 착취당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저임노동력에 의존하는 후진국에서 한때 급속히 확산됐다.
남미를 풍미했던 '저개발의 개발'이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3세계 저성장론의 하나였던 이 이론은 '저개발 국가에서 아무리 경제개발을 해도 선진국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개발의 개발'이론은 그러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1950년대 아시아에서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부분 반도체 업체들을 이미 앞질렀고 1위인 인텔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후진국이라고 해서 국제무역에서 '신발이나 의류만 계속 생산하라'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선진국에서도 자유무역 반대론 높아.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은 선진국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있는 선진국도 비교우위가 떨어지는 분야에서는 무수한 기업들이 망하고 실업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최근 '일자리없는 성장'의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객센터(콜센터)나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인도 등에 두는 미국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CEA) 의장은 "정부는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과의 경쟁을 막아서는 안 된다"면서 "자유무역으로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불균형은 고통을 수반하지만,이러한 불균형은 경제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 하원 소기업위원장인 도널드 만줄로 의원(공화당)은 "청문회에 나와 아웃소싱으로 고통받는 실직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것"을 요청하면서 맨큐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나서 "자유무역과 아웃소싱은 여전히 미국 경제에 이로운 것이고 미국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고 임금도 꾸준히 상승해 왔다"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보호주의 무역도 자유무역 테두리에서만 유효
그렇다면 한 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시장은 무조건 개방돼야 하는 것인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1960년대 유치산업 보호론을 골자로 한 보호주의를 적극 활용했고,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그러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그러니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될 경우에만 유효하다.
자유무역이 이롭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자국 내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한정된 자원을 어느 분야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 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지향적(export-oriented) 성장전략의 하나로 보호주의를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유무역을 사실상 부정하고 자국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수입품 대체산업을 육성했던 남미 국가들은 예외없이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새로운 비교우위를 창출하기 위해 국가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전략은 유효하지만,자유무역을 거부하고 세계화의 흐름에 거스를 경우 퇴보를 면치 못했다는 것을 20세기 역사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