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중견기업에 4년째 근무하고 있는 K씨(35세)는 늦은 열애 끝에 최근에야 노총각 신세를 면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매월 받는 월급의 거의 전부를 써버리던 그는 결혼 이후 지출 규모를 확 줄였다.
지금의 월급만으로는 가계를 꾸리기가 너무 빠듯하다는 아내의 푸념 때문이다.
K씨가 1년에 버는 돈은 보너스까지 포함하면 대략 4000만원.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나 일부 금융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하면 적지만,그래도 다른 친구들의 경우에 비하면 결코 적은 소득이 아니다.
그런데도 쓸 돈이 별로 없다.
K씨의 월급 명세서를 들여다 보자.그가 매달 받는 월급의 상당 부분은 소득세,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의 명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이 각종 세금과 부담금 명목으로 1년에 납부하는 금액은 2002년에는 351만원이었으나 해마다 조금씩 증가해 올해엔 426만원(잠정치)으로 늘었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자신의 호주머니에 남는 돈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은행 이자도 K씨에겐 부담스럽다.
K씨는 신혼집 마련을 위해 1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지금 당장 여유자금이 생기더라도 해외여행이나 중형 자동차 구매 같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소비는 꿈도 못 꾸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물가도 올해보다 큰 폭으로 뛴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도 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소비가 부진한 건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금 등 각종 부담금이 늘고 집값 급등으로 인한 주택구입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노후 불안감이 높아지는 등 구조적인 요인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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