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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1. 지나가는 사람 vs 앉아 있는 사람 (p.m. 11:40)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로 꽉 차 있는 찜질방 중앙홀(?) 아이를 겨우 재우고 그제야 자신도 잠을 청하는 30대 초반 부부
그 때 지나가는 아가씨 2명,실수로 30대 부부의 음료를 엎는다.
잠자던 아이 깨어 울고,옷은 다 젖고…. 그리고,한 번 쓱 쳐다보더니 바로 외면하고 갈 길 가는 아가씨들
"어이 학생들,어쩜 미안하단 말도 안하고…" "누가 길목에 음료수 놓으랬나…"
Round 2. 취객 vs 관리인 (a.m. 2:10)
전신안마기 위에서 자고 있는 취객.. 관리인,전신안마기 영업시간이 끝났으니 내려오라고 한다.
더군다나,감히!돈도 안 내고 앉아 자고 있다니…. 취객,왜 이것만 2시까지 영업하나?까짓것 돈 내면 될 거 아냐.
약 30분간 티격태격+그냥 멀뚱멀뚱 바라보는 수많은 손님들..
관리인의 마지막 한 방 "아저씨 같은 사람들 때문에 2시 이후로 영업을 안하는거예요. 끌어내리기 전에 빨리 내려오세요."
Round 3. 청소아주머니 vs 손님 (a.m. 2:30)
옷을 다 챙겨 입고 들어와 손님들을 힐끗 보더니 못 본 듯 자신의 일을 시작.
탕에 물을 빼고 바닥에 비누칠을 하며 곳곳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씻던 손님들 어이없이 쳐다보고 "아직 씻고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손님이 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24시간 영업한다면서 뭐가 이래요?" "맘에 안 들면 다른데 가면 되잖소."
1999년 5월 찜질방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우후죽순으로 여기저기 들어서기 시작한 찜질방이 2005년 현재 국내에는 총 20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양적 증가와 더불어 찜질방은 우리의 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는 문화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주말이면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찜질방을 찾는 가족도 있고,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며,심지어 여행을 할 때 숙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찜질방은 곳곳에서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토요일 저녁이면 일주일간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뜨끈뜨끈하게 몸을 지지며 푹 쉬고 가려 했으리라.
그러나 여건은 이를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 코 골며 자는 사람들,소리 지르며 뛰어노는 아이들,근처에만 가도 물씬 풍기는 술 냄새,땀 냄새. 무엇보다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찜질방측의 무성의한 관리다. 상황이 이러하면 일정 시간을 기준으로 감시를 하며 제재를 가해야 될 것이 아닌가.
그들은 손님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준다는 미명 아래 자신의 주요 고객을 방치하고 있다. 개인용 수면실은 2시간이 넘도록 짐만 있고 사람 없이 비워져 있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게다가 안산의 모 찜질방에선 4~5인용의 작은 수면실에서 문을 닫고 성관계를 맺고 있던 청소년들이 휴식처를 찾던 '손님'에 의해 발각돼 큰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24시간 영업'이란 타이틀을 걸고 밤 12시 이후엔 요금까지 할증해서 부과하지만 막상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하루종일 운영하려면 중간에 청소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시부터 ○시까지는 청소시간이니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양해를 구했어야 하지 않을까.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찜질방을 찾은 주부 정윤희씨(42)는 "매주 토요일 저녁은 피로도 풀 겸 가족 모두 찜질방을 찾아요. 하지만 아이들 보기에 민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런 모습은 찜질방측에서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찜질방이 날로 번창하는 만큼 아직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라며 관리 부족의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관리측의 죄가 용서 받을 수 없다면,우리의 무관심과 냉대는 과연 용서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찜질방측의 다양한 조치가 선행조건이겠지만 이용하는 손님의 세련된 매너와 남을 배려하는 센스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2005년 11월. 대한민국의 찜질방 문화를 개선하려는 파이터는 과연 몇이나 될까.
김금희 생글기자(서울 세화여고 2년) v_choco_v@hanmail.net